"글로벌 패션 트렌드 한눈에 … 국내외 패피들 먼저 달려와요"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자크뮈스, 가니.
MZ세대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며 신명품 반열에 오른 해외 브랜드 이름들이다. 또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하는 브랜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자체 편집숍 10꼬르소꼬모와 비이커를 통해 국내에서 '인큐베이팅'된 뒤 전 세계적으로 '핫한' 브랜드가 됐다. 특히 10꼬르소꼬모 청담점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가장 공들여 관리하고 있는 핵심 편집숍이다. 10꼬르소꼬모는 명품 매장이 즐비한 청담동에서 트렌드를 좇는 국내외 패션 피플들이 가장 먼저 찾는 프리미엄 편집숍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해외 브랜드들도 우선적으로 10꼬르소꼬모의 문을 두드린다. 그렇다면 10꼬르소꼬모는 어떻게 아미, 르메르, 자크뮈스 같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신명품으로 키워낼 수 있었을까. 매일경제는 10꼬르소꼬모 청담점을 총괄하는 전보라 삼성물산 패션부문 팀장을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이하는 일문일답.
―소개를 부탁드린다.
▷2003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공개채용에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2008년 회사가 10꼬르소꼬모라는 선진 멀티숍 라이선스를 들여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해 보직을 바꿨다. 이후 여성복을 수입(Buying)하는 업무를 하다 지금은 10꼬르소꼬모 청담점을 운영하고 있다.
―바잉MD의 주요 업무는 어떤 것인가.
▷계절별로 말씀을 드리면 보통 바잉MD들은 1년에 4번 정도 발주 출장을 간다. 보통 파리 패션위크가 중심이다. 발주를 준비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첫 단계가 브랜드 찾기다. 저희는 전체 매장에서 약 400개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으로 나눠 그때마다 브랜드의 20%를 바꾼다. 그걸 위해 3배수 정도 많은 수의 브랜드 쇼룸을 방문한다. 그중 3분의 1 정도만 실제 주문을 넣는다. 3배수를 직접 방문하기 위해서는 5배 정도 되는 수의 브랜드를 미리 찾아 선별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항상 브랜드를 보고 있어야 한다. 일이 곧 취미가 돼야 하는 거다. 비단 옷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쪽에서는 뭐가 인기인지, 요새 어떤 장르의 음악이 뜨는지, 어떤 셀럽들이 핫한지를 보고 그들이 무얼 입는지도 수시로 봐야 한다.
―10꼬르소꼬모에서 브랜드 선택 기준은.
▷철저하게 바잉MD의 안목이다. 바잉MD들이 늘 트렌드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봤을 때 다음 시즌에 맞겠다 싶으면 진행하고, 우리 매장의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른다. 치프 MD의 안목과 결정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거기에 더해 최근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름보다는 그 브랜드가 투자하고 있는 가치에 더 주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그에 맞춰 10꼬르소꼬모도 그런 브랜딩을 잘하는 브랜드들을 살펴보고 선택하고 있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안목은 어떻게 기르나.
▷바잉MD의 덕목은 첫째가 '체력'이고 두 번째가 '안목'이다. 아무리 좋아해도 매일 트렌드를 찾아보는 것은 체력이 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매장을 한 군데라도 더 가보려면 마찬가지로 체력이 필요하다. 상품은 실제로 봐야 하는데, 이미지는 너무 많은 가공이 있어서 실제 퀄리티는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서다. 업계나 주변을 보면 문화 자본이 많은 사람들이 바잉MD에 최적화돼 있는 것 같다. 안목은 갑자기 길러지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음악 등 예술에 많이 노출돼서 듣고, 보고, 누렸던 경험으로 쌓인 자본이 있는 사람들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10꼬르소꼬모가 성공시킨 브랜드가 많다. 브랜드 인큐베이팅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
▷바잉을 해오면 적어도 2~3시즌은 매장에서 테스트를 해본다. 이 브랜드가 계속 성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잠깐 반짝하고 말 것인지를 지켜본다. 매출과 고객 피드백 등이 지표가 된다. 그렇게 '뜬다'는 판단이 들면 꽤 오랫동안 공들여 투자한다. 자크뮈스를 예를 들면 2010년 파리의 멀티쇼룸에서 자크뮈스를 처음 만났다. 행거 2개에 자기가 만든 옷 15개를 걸어놓고 본인이 나와서 세일즈를 하더라. 당시만 해도 자크뮈스는 순진하고 어린 디자이너였다. 10꼬르소꼬모는 자크뮈스의 첫 시즌부터 바잉을 시작해서 12년 동안 한 번도 끊이지 않고 바잉을 해왔다. 브랜드 성장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저희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2020년 한국에 팝업 매장을 열 때도 10꼬르소꼬모 3층 공간을 자크뮈스 브랜드에 맞게 꾸며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줬다.
아미나 르메르도 2010~2011년에 만났는데 초기부터 잘되겠다는 게 보였다. 초기에는 적자가 났지만 브랜드를 믿고 계속 바잉하고 투자했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제안도 꾸준히 줬다. 아미의 시그니처 로고가 된 하트는 우리가 제안해서 아미가 만들기 시작한 거다. 오랫동안 소통을 하면서 브랜드와 신뢰가 쌓이니까 저희와 단독 매장까지 내게 된 거다.
―브랜드를 키우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맞는다. 10꼬르소꼬모의 강점도 여기에 있다. 패션업계는 인력이 많이 바뀌는 편인데 10꼬르소꼬모와 비이커에는 오래 근속하는 MD가 많다. 처음 브랜드와 인연을 맺은 MD에게 끝까지 책임지게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성과가 잘 나오면 그 팀을 키우고 인정해준다. 그러다 보면 본인이 브랜드화되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와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동인이 확실해지는 거다.
―아직 편집숍에 대해 낯설어하는 국내 소비자가 많다. 10꼬르소꼬모는 어떤 공간이라고 할 수 있나.
▷10꼬르소꼬모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저희 캐치프레이즈가 '슬로 쇼핑'이다. 이 매장에서는 슬로 쇼핑을 하셨으면 좋겠다. 카페에서 차 마시다가 1층에서 책과 접시를 보고, 2층에서 옷과 가방을 보고, 3층에서는 전시를 보는 거다. 최신 트렌드가 뭔지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저희는 북스토어를 꽤 큰 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책 담당 MD도 따로 있다. 책과 함께 문화와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매출을 생각하면 이걸 유지할 이유가 없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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