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발암물질 지정에 소비자들 혼란 …'제로' 괜찮을까?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3. 7. 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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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슈거 식음료 살펴보니…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식음료에 설탕 대신 쓰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WHO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일 섭취 허용량(ADI)만 지키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스파탐이 첨가된 식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로 칼로리'를 표방하는 대다수 식음료 제품은 아스파탐·에리스리톨·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 등 대체감미료를 포함하고 있다. 주요 '제로 탄산음료' 제품군에서는 펩시 제로 3종이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을 포함하고 있다. 빙그레 요구르트·쥬시쿨이나 주요 막걸리 제품군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간다. 오리온 포카칩·나쵸·고래밥, 크라운제과 콘칩 초당옥수수맛 등 과자류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스프라이트·핫식스 등도 '제로 음료'에 아스파탐을 제외한 다른 대체감미료를 쓰고 있다. 주류에서는 '진로이즈백 제로' '처음처럼 새로' 등이 대표적이다.

아스파탐은 g당 4㎉로 설탕과 열량이 비슷하지만 단맛은 200배에 달하는 인공감미료다. 설탕량 200분의 1만 사용하고도 같은 단맛을 낼 수 있어 칼로리 경감에 도움이 돼 널리 쓰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74년 식품에 사용을 처음 허가했고, 1985년 우리나라 식약처가 첨가물로 지정한 이래 꾸준히 사용됐다. 특히 최근 음식에도 건강을 고려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퍼지면서 '제로 칼로리' 음료를 필두로 큰 호응을 얻었다.

논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기구인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발암가능물질'이라는 문구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살이 덜 찐다는 이유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첨가물을 먹어왔던 것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아무 문제없이 단맛을 유지하면서 칼로리만 낮아질 리 없다"는 의심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등급이 소·돼지고기나 뜨거운 물보다도 안전하고, 김치와도 같은 등급이라고 공개되면서 '아스파탐 쇼크'가 과도한 우려였다는 지적도 있다. 일일 섭취 허용량 역시 체중 1㎏당 40㎎으로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니다. 펩시 제로슈거(250㎖) 한 캔당 아스파탐이 43㎎ 들어 있다. 몸무게가 60㎏인 성인이 하루에 55캔 이상 마셔야 허용량을 넘는 수준이다. 아스파탐이 72.7㎎ 함유된 막걸리는 33병 이상 마셔야 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치다.

오히려 유의미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은 반면 단 음식을 쉽게 먹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 등에게는 훌륭한 대안이라는 반박이 이어진다. 쉽게 단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혈당에 충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번 시작된 소비자 불안은 유통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주부 최 모씨(61)는 "자식들이 좋아해서 집에 제로콜라를 잔뜩 쟁여놓곤 했는데 이제는 과일주스 위주로 장을 보고 있다"며 "이왕 돈 내고 사먹을 거라면 논란 없는 걸 선택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이후 구매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27)는 "논란 초기에는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아스파탐의 발암가능물질 등급이) 고기나 튀김보다도 낮고 김치와 비슷한 수준이라길래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제로음료가 무조건 좋지만은 않겠지만 설탕을 넣은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유통업계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달 초 제로 탄산음료 매출이 전달 대비 21%나 줄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건강 문제에 민감한 주부 등 주소비층이 마트를 많이 찾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젊은 층이 자주 찾는 편의점에서는 관련 품목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CU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제로 음료 매출이 전달 동기 대비 1.9% 늘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37.3% 대폭 늘었다. 마찬가지로 아스파탐이 첨가돼 논란이 된 막걸리 역시 전달 대비 2.4%,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근거리 채널인 편의점에서는 긴 장마와 더운 날씨로 인해 탄산음료와 막걸리가 여전히 선호 품목"이라며 "제로 음료는 그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스파탐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식품·유통업계는 대체재를 검토하고 있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는 아스파탐 대체재 마련에 착수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자체브랜드(PB) 제품군에 아스파탐을 빼고 대체 원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펩시제로에 포함된 아스파탐 함량은 WHO에서 정한 일일 섭취 허용량 대비 매우 미미한 양이 함유돼 안전성에 문제가 전혀 없다"면서도 글로벌 펩시 본사와 대체재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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