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23세 주한미군 얼굴 공개…충격 받은 모친 "그럴 애 아닌데"
2년 근무에도 이등병 계급 "징계 가능성"…구금 당시 "美 돌아가고 싶지 않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의 얼굴이 공개됐다.
18일(현지시간) WISN-TV는 월북 장병 킹의 얼굴을 공개하며 모친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킹의 어머니 클로딘 게이츠는 방송에서 킹의 월북 사실을 전해 듣고 "아들은 그런 짓을 할리 없다"며 "그런 짓을 벌일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며 충격을 드러냈다. 미 육군으로부터 아들의 월북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어머니는 "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미 당국은 주한미군 장병임을 확인했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그의 신상에 대해 매우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킹이 이날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으로 이송됐다가 갑자기 달아나 어떻게 JSA 견학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 그의 구체적인 경위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AP 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월북한 병사는 흑인인 킹 이등병이다. 미 육군 대변인 브라이스 두비에 따르면 킹은 2021년 1월 정찰병으로 미군에 입대했고 한국 순환근무 기간에 본래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 위치한 제1기갑사단 제1여단전투단 제1기병연대 제6대대에 배속됐었다.
현재 행정적으로는 미 육군의 제4보병사단 제12보병연대 제2여단전투단 제1대대 소속이다. 한국 내 구체적인 근무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킹은 전투와 관련한 업무에 배치된 적이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그가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거의 두달간 구금됐다가 지난 10일 풀려났는데 구체적 이유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미 ABC 방송은 미 관리들을 인용해 킹이 한국에서 현지인들과 말다툼을 한 뒤 수용시설에 47일간 구금됐고 석방 후 한국 내 미군기지에서 약 1주일 동안 감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그는 한국에서 경찰 순찰차를 걷어찼다가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킹은 작년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 문을 수 차례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킹은 군복무 중 한국 국방훈장 등 훈장 3개를 받았는데 주한미군이 흔히 받는 훈장들로 알려졌다. 미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닷컴은 2년 동안 복무한 킹의 계급이 이등병인 것은 징계 등으로 진급이 보류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 육군에서 12개월간 복무한 이등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동으로 일병으로 진급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가 공항에서 어떻게 JSA까지 갔는지는 의문투성이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킹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까지 호송됐지만 갑자기 JSA 견학에 참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당국자들은 그가 추가 징계 등을 위해 이날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이송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고 밝혔다.
CNN 방송에 따르면 킹은 구금 상태에서 풀려난뒤 미군에서 행정적으로 격리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자는 킹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까지 호송됐으나 호송 인력이 공항에서 세관까지 킹을 따라갈 수 없었고, 혼자 남겨진 킹이 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고 CNN에 전했다. 킹은 호송될 때 수갑을 차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을 벗어난 킹은 민간 여행사의 JSA 견학에 참여했고, 판문점 내 한 건물을 견학할 때 갑자기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에 따르면 같은 투어 그룹에 속해있었다는 목격자는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했을 때였다"며 "이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투어 가이드들이 킹을 뒤쫓았지만 잡지 못했고 북한 병사들이 그를 구금했다고 한다.
JSA 견학 당시 킹은 사복 차림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킹이 어떻게 공항을 바로 빠져나와 JSA 견학에 합류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JSA 견학이 신원 확인 등으로 신청 당일 참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킹이 사전에 치밀하게 월북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폭스뉴스는 킹이 구금돼 있을 때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미군 당국자들은 킹이 고의로 북한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그가 JSA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상세 경위를 설명하지 않았다.
유엔군사령부는 평소 일주일에 4회(화·수·금·토), 한 번에 40명씩 한국인과 미국인 등을 대상으로 JSA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사건 직후 이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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