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OLED 혁명을 주도하는 K-디스플레이

2023. 7.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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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K-디스플레이 산업은 과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는 근간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에서 블루오션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2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중국 42.5%, 한국 36.9%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면서 1~2위를 다투는 경쟁관계에 있다.

◇韓·中 디스플레이 전쟁 핵심은 'OLED VS LCD'

이처럼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 보면 다른 측면의 경쟁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은 LCD에서 OLED로 발 빠르게 전환해 지난해 전체 매출 76%가 OLED 매출인 반면, 중국은 LCD 매출이 75%로 한국과 정반대다. 디스플레이 산업 대전환기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는 결국 LCD와 OLED의 경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은 디스플레이 산업 대전환이 처음 발생된 시기다. 특히 TV 시장은 브라운관(CRT)에서 LCD TV, PDP TV 등으로 급격하게 전환됐다. 산업 초기부터 전통적인 전자 강국인 일본이 TV 시장을 선도했지만, 한국이 CRT TV에서 LCD TV로 발 빠르게 전환하면서 2006년 일본을 넘어 세계 1위 TV 강국으로 올라섰다.

한국이 세계 1위로 올라선 2006년 글로벌 TV 시장은 약 1억9000만대 규모였으며, 한국은 이 중 23%인 430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규모는 2억300만대인데, 한국이 주도하는 OLED TV는 전체 TV시장 3.2% 수준인 600만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OLED TV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5000만대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 OLED TV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원활한 공급망 생태계 조성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절감이 필요하다.

LCD 중심의 해외 디스플레이 기업이 OLED TV 시장에 참여하는 것도 시장 확대 측면에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리미엄 OLED 기술을 선도하는 한국이 과거 LCD의 하이디스 사례와 같이 핵심공정기술이 경쟁국에 유출되지 않도록 기술보안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 혁신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유기발광 OLED 기술의 버전업이라 할 수 있는 확장형(EX)-OLED 기술과 한 발 더 나아가 유기발광의 한계를 뛰어 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LCD에서 OLED로 전환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도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폼팩터 활용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K-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시장 창출과 함께 우리 경제 먹거리가 등장하고 있다.

동시에 OLED TV시장을 확대하려는 눈에 띄는 산업계의 움직임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이다. LG전자, 삼성전자가 OLED TV 판매를 늘리게 되면 해외 글로벌 TV 제조사들도 OLED를 앞다퉈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OLED TV 시장 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고 타 업종에도 모범이 되는 사례가 될 것이다.

◇OLED 신성장 동력은 'XR·모빌리티·투명'...시장 창출 기대

올해 K-디스플레이 산업은 민·관협력 하에 확장현실(XR), 모빌리티, 투명의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3대 신시장 창출 분야(자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애플이 최근 신제품 '비전 프로'를 출시함에 따라 새로운 공간컴퓨팅 시대의 서막을 열면서 XR 시장 참전을 알렸다. 비전 프로는 소니의 '마이크로 OLED(OLEDoS)'가 탑재됐다.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반도체 기판 위에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특성상 반도체 팹리스, 파운드리 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지만, 한국은 아직 개발협력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XR시장의 높은 성장성과 경쟁국과의 주도권 경쟁 대응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디스플레이, 광학, 콘텐츠, 반도체 분야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제조 기반의 업종간 협력 채널을 구축했다. 이젠 더 나아가 통신, 소프트웨어 등 플랫폼 분야와의 메타버스 협력 채널을 구축해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 분야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제는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거대한 정보기술(IT) 기기로 변모하고 있다. 협회는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해 자동차협회 등과 함께 디스플레이 수요시장 개척과 협력체계 마련을 위한 '미래차 디스플레이 전략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국산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선명성과 터치감 등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과 현대자동차 간 OLED 패널 협력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업이 이미 세계 유수 자동차 기업들과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자동차 브랜드를 보고 사다보니 패널 자체에 대한 인지도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다. 최근 MZ세대 영향으로 자기만의 취향에 맞게 자동차를 새롭게 튜닝하는 튜닝산업이 뜨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얼마 전 입소문에 의존해 제품의 퀄리티를 중요시하면서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교체했는데, 아직 규모는 작을지라도 튜닝시장을 저품질 제품 대신 우리 디스플레이 패널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투명 OLED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만이 가진 잠재력이 큰 분야다. 이미 박물관의 전시제품 등을 알리는 디스플레이로 시현되고 있고 대중교통, 문화시설, 공항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세계인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주요국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 투명 OLED를 설치해 부산엑스포 콘텐츠 홍보와 함께 투명디스플레이 제품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앞으로는 투명성 개선과 희소금속 추출 등 리사이클 관련 기술개발과 함께 간이벽, 칸막이 등 공공주택의 건축 내장재와 건물 창문, 외관을 사이니지로 대체하는 외장재 역할도 가능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장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OLED 앞세워 세계 1위 탈환해야

필자는 출퇴근시 한국에서 유일하게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돼 3D 미디어아트, 초대형 사이니지 등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한국판 타임스퀘어' 삼성동 코엑스 일대를 보면서 미래의 도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떠올리곤 한다.

우리와 달리 최근 방문한 일본, 중국 등은 별다른 제한 없이 신주쿠, 칭타오 등 대도시의 건물 외벽과 스카이 라인을 형용색색의 디스플레이로 장착하고 있었다. 화려한 볼거리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디스플레이 강국이자 세계가 알아주는 K-문화의 위상에 못 미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가 됐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에서 OLED로 대전환기를 겪으면서 경쟁국에 1위를 내줬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한 일보 후퇴였을 뿐 조만간 다시 OLED로 세계 1위를 재탈환 할 것이다. 성과에 대한 분명한 평가도 있어야겠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더 잘 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업계에 대한 격려와 칭찬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ldw@kdia.org

〈필자〉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990년 제34회 재경고시에 합격한 후 30년간 공직에 몸 담았다. 연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건국대 국제무역 박사를 거쳤다. 2009년 지식경제부(現산업통상자원부) 성장동력정책과장을 맡아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등 신산업장출정책을 총괄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중견기업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며 기업 구조의 성장사다리 마련을 위한 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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