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노숙자에 옷 벗어주던 70대, 장기기증하고 하늘로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7.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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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성한 게 있으면 남 돕고 싶다” 생전 밝혀
장기기증하며 세상을 떠난 홍남선 씨.[사진 제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겨울 추위에 떠는 노숙자와 옷을 바꿔 입는 등 선행을 실천해온 7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많은 이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홍남선 씨(75)가 지난 8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을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19일 밝혔다.

홍씨는 인체조직도 기증해 피부, 뼈, 인대 등이 필요한 100여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증원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 6일 자택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한 후 쓰러져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평소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기증하고 싶다는 홍씨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에 동의했다.

유족 등에 따르면 전남 담양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홍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월급날이 되면 주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식사와 옷을 사주는 것이 일상이었고, 추운 겨울이 되면 추위에 떠는 노숙자에게 자기 옷을 벗어주고 노숙자의 옷을 입고 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홍씨의 조카 이재민 씨는 “하늘나라에서는 편하게 즐겁게 계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 남을 위해 생명을 살리는 기증이라는 결심을 내려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이 순간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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