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부담 커졌지만…편의점, '무인점포 딜레마' 왜?
인건비 부담 높아졌지만…"고객들, 여전히 무인점포보다 유인점포 선호"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고용하는 편의점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5.0%) 인상률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 이상 크게 오르면서 1만원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여기에 편의점업계가 인건비 부담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올해 전기요금만 20만~30만원씩 더 나가고, 안 내던 배달 수수료까지 내면서 추가로 나가는 돈이 많아졌는데 여기에 인건비까지 매달 몇 십만원씩 부담해야 하니 점주들은 살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9860원이라고 하지만, 주휴수당 포함하면 1만1800원이고, 4대보험까지 내주면 1만2900원이라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연 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일한 근로자에게 하루치 일당을 더 주는 것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832원에 달해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본격화했다고 분석한다.
계 공동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발표 후 근무시간 늘리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겠다는 점주들이 많다"며 "작년 대비 매출은 계속 떨어지는데 지출은 늘어나니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보다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간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닌 꼴"이라고 했다.
이날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 측은 "편의점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내수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고금리로 3중고를 겪으면서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미 지불능력이 없어진 편의점 업종 등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업종별 구분적용’도 2년 연속으로 부결시켰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지불능력을 더욱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으로 편의점들은 폐업을 하거나 야간 무인화와 고용 축소를 통한 인건비를 줄여 나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일자리 감소와 편의점주 등의 장시간 근로에 따른 문제 등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수반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점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와 편의점 본사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측은 "편의점 본사가 우수 점주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상생지원안을 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신용카드 부가세 공제 특례 연장, 두루누리 지원확대, 3개월 미만 단기 근로자 4대 보험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최저임금은 매년 계속 오른다"며 "여기에 주휴수당까지 챙겨줘야 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는데 그러면 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꽤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로 옆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겼는데 차라리 그걸 했으면 인건비 걱정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편의점업계는 기존 24시간 직원을 두고 운영하던 점포를 완전 무인점포 혹은 심야시간에만 무인점포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심야시간대 해당 상권의 매출과 경쟁 점포의 여부, 입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편의점 CU의 경우 하이브리드형 점포를 대학가, 병원, 공장 등 특수 입지에 있는 점포에 한해서만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최저임금 상승으로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지만, 점포에 점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소비자 접근성이 달라진다"며 "같은 점포라도 무인점포 보다 점원 있는 점포를 소비자가 더 선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고 경쟁 점포가 있는 상권이라면 점주들이 무인으로 돌려 굳이 매출을 떨어뜨리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만큼 기존 점포의 무인점포 혹은 하이브리드형 점포로의 전환보다 입지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전략적으로 해당 점포들을 속속 도입 중이다.
야간에 운영하지 않았던 점포가 하이브리드로 전환되면서 야간 시간대 추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거나 기존 편의점 입지로 적합하지 않지만 무인매장으로 새롭게 출점하는 식이다.
이에 편의점 GS25의 경우 2019년 하이브리드형 점포와 무인점포 수는 각각 9점, 7점에서 올해 6월 기준 711점, 87점으로 크게 늘었다.
CU 역시 2019년 90여개에 달하던 하이브리드형 점포가 지난해 말 기준 400여개로 증가했다. 이마트24는 하이브리드형 매장이 2019년 85점에 달했는데 지난달 말 기준 1750개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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