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야”...순간의 판단이 동네 주민 45명 살렸다
산사태 징후 미리 감지하고 주민 선제 대피
10분만 뒤늦었어도 대형 인명피해 났을 수도
20가구, 주민 45명 부상자 없이 모두 안전
이씨 “밭으로 개간한 곳에서 산사태 발생”
이 씨가 산사태 징후를 감지할 수 있었던 건 빠른 예찰 덕분이었다.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께 2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던 시각. 이 씨는 조종근 영주시 단산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폭우 피해를 우려해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돌리던 조 면장은 이 씨에게도 전화를 걸어왔다. 조 면장은 이 씨에게 “비가 많이 오니 동네 상황을 한 번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집을 나섰다. 이 씨는 “아침에 동네를 한 번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면장님 전화를 받고 급한 마음에 더 일찍 동네를 나서게 됐다”고 했다.
동네를 둘러보던 이 씨는 마을 뒷산에서 특이점을 발견한다. 평소 비가 와도 멀쩡하던 산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리면서 마을 도로를 따라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때마침 마을 한 주민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산에서 계속 ‘꾸우우’하는 소리가 난다”며 “산에서 생전 처음듣는 소리다”고 했다. 이 전화를 받은 때가 오전 7시 20분께다. 전화를 끊고 이 씨도 산을 향해 가만히 귀을 기울여보니 진짜 산에서 요상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이렇게 그는 전체 마을 주민 60명 중 위험지역 주민 20가구, 45명을 20여분 만에 모두 회관으로 대피시켰다. 그 때 시간이 오전 7시 50분이었다. 그리고 10여분 뒤 오전 8시쯤 마을 뒷산에서는 큰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토사가 흘러내려왔다. 주택 2채는 완전 매몰됐고 각종 토사 등으로 주택 12채가 피해를 입었다. 이 씨의 대응이 10여분만 늦었어도 대형 인명 피해가 날뻔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는 “산에서 토사가 순식간에 쓸려와 마을을 덮치는 순간이 5분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다행히 산사태가 오전에 발생해 대응도 빨리 할 수 있었고 주민들도 대피에 잘 따라줬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리도 새벽에 산사태가 났으면 인명 피해가 컷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올해로 이장 2년차를 맞이한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한 평생 산사태를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 씨는 산사태 요인으로 무문별한 개간을 지목했다. 그는 “산사태가 발생한 곳이 오래 전부터 밭으로 개간됐지만 10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곳”이라며 “개간한 땅이 지반을 약하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현재 산사태 이후 나흘째 밤잠을 설쳐가며 복구 작업에만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 중인 주민 30여명이 하루라도 빨리 집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마음뿐이다. 영주에서는 이 마을을 제외하고 장수면과 풍기읍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지난 15일 폭우로 14명이 숨진 충북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에서도 의인들이 있었다. 증평군 공무원인 정영석씨는 지하차도에 물이 차올라 시동이 꺼진 차량 지붕에서 허우적대는 시민 3명을 발견해 함께 탈출을 도운 사실이 알려졌다. 정씨 역시 함께 고립됐던 화물차 기사인 유병조씨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다. 유씨도 정씨와 같은 방법으로 물에 휩쓸려가는 20대 여성 등을 위험을 무릅쓰고 손을 뻗어 생명을 구한 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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