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확기 코앞이었는데…" 폭우에 큰 상처 입은 예천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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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한 주민은 "아침 마을 회의 때 오늘은 농작물을 살피겠다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민 A씨는 "이파리에 물기가 없을 때 병충해 예방약을 치고 관리해야 한다"며 "새벽부터 주민들 대부분이 밭에 나갔다"고 말했다.
벌방리 박우락 이장도 "농업은 마을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다. 무너진 주택과 도로는 복구하면 된다 치더라도, 농작물을 한번 상해버리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연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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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야죠"…비 그치자 논·밭으로 향하는 주민들
(예천=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그래도 내일을 살아가야하니까…"
19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한 주민은 "아침 마을 회의 때 오늘은 농작물을 살피겠다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벌방리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2명이 실종되고 주택이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본 마을이다.
닷새째 수색 당국의 실종자 수색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며칠 만에 해가 쨍하게 뜨자 주민들은 하나둘 밭과 논으로 향했다.
사과밭·자두밭에서는 약을 치는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내리쬐는 햇볕에도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예천군 청년 농부 유영빈(29)씨는 "어제 날씨 예보를 보니 오늘은 비 소식이 없어서 아침 7시부터 점심 때까지 사과밭에 있었다"며 "밭이 5천평 정도 되는데 거의 6일 만에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여름철 사과는 탄저병이 가장 무서운데 약을 제때 쳐주지 않으면 전염성이 강해서 온 밭에 다 퍼질 수 있다"며 "오후 4∼5시께 한 번 더 밭에 나갈 계획"이고 설명했다.
주민 A씨는 "이파리에 물기가 없을 때 병충해 예방약을 치고 관리해야 한다"며 "새벽부터 주민들 대부분이 밭에 나갔다"고 말했다.
벌방리 일대 주민들에게 농업은 '먹고 사는 문제'다.
벌방리는 주민 240여명 중 연세가 많은 어르신을 제외한 200여명이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우락 이장은 "주기적으로 약을 쳐야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는데 비가 20여일 내리면서 이미 시기를 최소 2번이나 놓쳤다"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밭과 논으로 진입하는 길이 무너져 접근조차 못 하는 주민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주민들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과라도 시간이 지나면 나무가 썩으면서 사과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문드러지거나 썩은 사과나 자두를 정리하면서 한숨을 내쉬는 주민도 있었다.
지인과 함께 자두 농사를 짓는 권혁자(75)씨는 "비 때문에 자두가 상해서 절반밖에 수확을 못 할 거 같다"며 "올해 3월 농사를 시작해 이번 달 말이면 수확기인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권씨는 "피해 보험을 들어놓긴 했지만, 손해가 크다"며 "나라에서 제대로 피해에 대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벌방리 박우락 이장도 "농업은 마을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다. 무너진 주택과 도로는 복구하면 된다 치더라도, 농작물을 한번 상해버리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연신 강조했다.
또 "농기계도 망가진 상태. 수리가 불가능한 것도 많다"며 "최소한 농기계를 수리해주거나 중고로 농기계를 장만할 수 있을 만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농부 유씨도 "차량하고 농기계까지 다 떠내려간 집도 있다. 작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농작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경북도는 이번 호우와 강풍 등으로 이날 오전 11시 기준 농작물 2천861.5㏊에서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축사 26곳이 파손되거나 침수됐고 가축 10만6천558마리가 폐사했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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