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포털 뉴스 댓글 없애야”…‘전쟁터’된 20년 역사 댓글창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리플(댓글) 달며 놀아요’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2003년 내건 광고 문구다. 20여 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댓글 달기’는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발전했다. 이듬해 네이버는 처음으로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했다. 초반엔 ‘여론을 보여주는 창(窓)’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고질적인 악플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여론 조작 문제까지 겹치며 어느새 댓글 창은 전쟁터가 됐다.
주요 포털은 골칫거리가 된 댓글에 ‘메스’를 댔다. 하루 댓글 작성 수를 제한하고, 댓글 작성자 이력을 공개하고, 댓글 창 도배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댓글 필터링 등 수십 차례 댓글 서비스를 개편했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등 유명인이 연달아 악플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아예 연예·스포츠 댓글 창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댓글은 ‘공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이용자들이 차별과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댓글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수년간 논의를 거듭했던 ‘댓글 폐지론’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달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포털 서비스 댓글 관련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20~50대 남녀 1000명을 통계청 인구비례에 맞춰 할당 추출해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80%에서 ±2.03%p 이다.
포털 뉴스 댓글 창 폐지가 악플·여론 조작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뉴스 포털 댓글 폐지’에 대해서는 45.7%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찬성 여부를 5점 척도로 묻는 질문엔 4점(찬성) 32.5%, 3점(보통) 28.6%, 2점(반대) 18.9%, 5점(매우 찬성) 13.2%, 1점(매우 반대) 6.8%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점수는 3.26점이었다.
이 밖에 ‘포털 뉴스 댓글 중 혐오·차별적 표현, 음란물, 욕설 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댓글 작성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가 74.7%를 기록해 압도적이었다. 세부적으로는 39.7%가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35.1%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댓글 작성 시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 댓글을 달 수 있게 한다’는 절반 이상인 63.8%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포털 뉴스 댓글 폐지는 직접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연예와 스포츠 댓글 창을 없앤 건 특수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사회와 경제 이슈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미 포털이 댓글 이력제, AI 가동 등 여러 방안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준을 상향 조정해서 반복적으로 신고를 받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주고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털 뉴스 댓글 서비스 개선을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일부 포털은 아예 댓글 창을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다음 뉴스 댓글 창을 없애고 실시간 채팅 ‘타임톡’을 도입했다. 기사가 노출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대화가 사라지도록 조치했다.
카카오가 댓글 창을 개편한 지 한 달. 이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톡 베타 버전 오픈 사실을 알았나’라는 질문엔 20.3%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서비스 설명 후 응답자들이 5점 척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절반이 긍정이나 부정 없이 ‘보통’(50.5%)이라고 밝혔다.
‘부정적’(13.7%)와 ‘매우 부정적’(6.9%)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이유로는 ‘실시간 채팅 내 혐오·차별 표현 때문에’(38.8%),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하기 어려워서’(23.9%), ‘채팅 형식이라 베스트 댓글을 볼 수 없어서’(16.2%), ‘24시간 후 댓글이 삭제돼서’(16.1%) 등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포털 입장에서 댓글이 ‘계륵’일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원재 카이스트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결국 포털도 기업인데 사회적 압력을 받으면서 수익 창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않는 댓글 창을 없애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포털의 트래픽 측면에서 봤을 때도 네이버는 90% 다음은 10%으로, 다음이 가져가는 이익은 적은 데 반해 위험은 크다”고 강조했다.
‘포털 뉴스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20대의 40.6%가 ‘매우 부정적(17.4%)’, ‘부정적(23.2%)’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30대 37.2%, 40대 34.2%, 50대 28%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사회적으로 댓글 악용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유’로는 절반이 ‘차별적·불쾌한 표현의 댓글 때문에’(51.6%)라고 밝혔다. ‘댓글 조작이 의심돼서’(19.4%),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14.2%), ‘소수 의견만 대변한다고 느껴져서’(13.4%)는 견해도 있어 댓글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젊을수록 차별과 혐오 표현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 뉴스 댓글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로 ‘차별적·불쾌한 표현의 댓글 때문’을 꼽은 20대는 67.5%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는 52.2%, 40대는 47.2%, 50대는 44.1%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수치가 낮아졌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데, 개인주의의 기본 원칙은 동등한 개인으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이들 입장에서 집단을 구분해 우열 관계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혐오·차별 댓글은 모든 사람을 평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해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댓글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혐오·차별적 표현, 음란물, 욕설 등을 본 적 있다’는 질문엔 85.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런 댓글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 83.2%가 ‘불쾌함·불편함을 느꼈다’, 11.8%가 ‘뉴스 댓글 보는 빈도를 줄였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지속된 ‘댓글 공해’ 공방에도 여전히 대다수 이용자들은 포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로 뉴스를 보는 이용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연령과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플랫폼에 차이가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97%가 ‘최근 6개월간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82.5%가 ‘매일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한다’고 밝혔다. 10명 중 4명은 포털 뉴스 댓글을 함께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2%가 ‘댓글까지 늘 확인한다’, 30.6%가 ‘대체로 확인한다’고 답했다.
이용자들이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경로(복수선택)로는 84.7%(중복응답)를 기록한 네이버가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유튜브(68.4%), 인스타그램(37.3%), 구글(37.1%), 다음(36.3%), 네이트(14.3%) 등이 이었다. 다만 연령과 성별로 나눠보면 선호하는 플랫폼이 달랐다.
중장년층의 다음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다음에서 온라인 뉴스를 소비하는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각각 19.6%, 18.4% 수준이었던 반면, 50대 남성과 50대 여성은 51.4%, 47.9%로 집계돼 격차가 컸다. 이 밖에 인스타그램으로 뉴스를 접하는 20대 여성(65%)과 30대 여성(66.4%)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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