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너희 나라로 돌아가”…인종차별 남발한 어린이 영양제 광고
“이걸 본 이주민 아이 울먹···심장 멎는 줄”
시민들 비난 쇄도···업체 “죄송” 광고 중단
한 화장품 판매업체가 ‘까만 피부를 하얗게 해준다’는 어린이 영양제를 판매하며 인종차별적 광고를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수연씨는 지난 16일 “너 아프리카 사람이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풍선이 자막으로 나와 있는 광고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다. 조씨의 지인이 인스타그램에서 봤다면서 갈무리한 영상의 이미지를 보면 흰 피부색의 어린이가 어두운 피부색의 다른 어린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 같이 말하고 있다.
해당 광고는 화장품판매자로 등록된 A브랜드가 판매하는 어린이 영양제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A브랜드는 6세부터 18세까지 어린이·청소년이 하루에 한 알씩 섭취하면 “우리 아이가 빛날 수 있다”면서 어린이 영양제를 판매하고 있다.
조씨는 차별적인 이미지가 버젓이 광고될 리 없으니 조작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씨가 지난 17일 A사의 카카오톡 고객센터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자 업체는 광고를 실제로 집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조씨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이미지를 만들어서 대놓고 차별하라고 부추기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브랜드 측은 “불편드려 죄송하다”면서 “현재 대행사 측 확인 후 해당 광고는 모두 종료 조치했다”고 답했다. 광고는 지난 17일부터 내려갔다.
광고는 중단됐지만 A브랜드의 제품 설명에는 하얀 피부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A브랜드는 “이런 아이를 둔 부모님께 추천드린다”면서 ‘또래에 비해 어두운 안색이 걱정인 아이’, ‘피곤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아이’를 나열하고 있다. 특정 피부색을 마치 개선 대상인양 묘사한 것이다. 고객 반응이라며 홍보하는 후기 중에는 “확실히 하얀 친구들이 어울리는 옷 스펙트럼이 넓다”는 내용도 있다.
조씨는 “이런 광고가 집행됐다는 것은 실무진부터 대표진까지 결재를 했다는 뜻인데 그 과정에서 어떻게 차별적이고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광고가 걸러지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에 있다는 한 신부가 조씨가 올린 SNS 글에 “우리 본당 이주민 아이들 중에 저 광고를 본 아이들이 있다”면서 “울먹거리면서 얘기하던데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광고 내용을 알게 된 시민들은 “말문을 잃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트위터에선 광고 이미지와 함께 “한국의 인종차별 의식은 딱 1950년대 수준이다” “인종차별도 인종차별이지만 아이들에게 피부가 하얗길 원하는 것도 충체적 난국”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A브랜드를 운영하는 R사는 어린이 미백 영양제 외에도 “여성 자신감을 채워준다”며 가슴 크기를 키워준다는 캔디류와 크림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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