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슈퍼스타 길러낼 '수원 유스' 코드 짜는 백승주 감독, "예쁘게 차는 것보다, CB라도 한 명을 제칠 수 있는 선수"

조남기 기자 2023. 7. 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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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천안)

수원 삼성 U-18 팀, 매탄고등학교의 리더 백승주 감독을 만났다. 백 감독은 현재 매탄고를 이끌고 2023 GROUND.N K리그 유스 챔피언십에 참여하고 있다.

백 감독은 대구대학교를 졸업하고 과거 내셔널리그의 홍천이두 FC에서 3년가량 선수 생활을 경험한 뒤 은퇴를 택한 인물이다. 이후엔 경기 과천초등학교 코치, 대구대학교 코치 등으로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백 감독은 누군가를 가르치며 유독 갈증을 느꼈다. 올바르게 가르치는 스승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경험해서다. 그래서 백 감독은 유학을 택했고 몇 년이나 영어 공부에 매진한 끝에 영국으로 날아갔다. 좋은 축구 지도자가 되겠다는 일념이 백 감독을 움직였다.

백 감독은 축구계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이 자자하다. 수원 관계자는 "이런 유형은 처음이다. 프로 사령탑까지 통틀어서 이런 지도자는 정말 처음이다. 다른 팀 지도자들로부터도 연락이 많이 올 정도다"라면서 근처에서 지켜본 백 감독을 호평했다. 백 감독은 도대체 어떤 사령탑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가?

그의 이야기 안엔 알맹이가 가득했다. 피상적으로 무언가를 훑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실질적으로 인식하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뒀다. 한국이라는 작은 물에서 벗어나 축구의 본 고장 영국에서 다 년 간 공부를 한 점이 백 감독 발상의 전환에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 백 감독은 단순히 볼 잘 차는 선수를 원하지 않는다. 더 뾰족한 능력을, 더욱 강렬하게 원한다. 일대일 상황에서 한 명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개인 기량. 어떤 포지션이든 그런 역량을 요구한다. 그게 선결이 돼야 유소년에게 '다음'이 있다고 믿는다.

백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린다. 프로 지도자가 되어 보다 높은 영역에 도전하기 보다는, 모든 것의 토양이 되는 유소년에서 '가장 앞서가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싶어 한다. 수원에서 그걸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고, 그렇게 코드를 짜두면 K리그 유스 토양에서도 손흥민이나 이강인 같은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비슷한 선수를 찍어내는 시스템이 아닌, 별처럼 밝게 빛나는 선수들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세계시장에 선수를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백 감독 인터뷰 전문이다.
 

Q. 영국에 있는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사람의 인생이 달린 일이니까 그만큼 중요하잖나.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국내에는 코칭을 다루는 과정이 많이 없었고, 때문에 아이엘츠 영어 공부부터 시작해 유학을 떠났다. 쉽진 않았지만 가서 스포츠 코칭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Q. 외국과 국내의 지도자 교육 과정, 어떤 게 달랐나?

"과정부터 확실히 체계적이었다. 우리는 축구만 가르치고 축구만 생각하는데, 거기선 사람을 어떻게 발전시키는가, 그걸 고민했다. 축구는 하나의 과목이었고 결국 사람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가르쳤을 때 바뀌는지 그걸 다뤘다. 관련 논문과 책이 정말 많아서 놀랐다."

Q. 대학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단 동기부여다. 나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에 있어서 늘 어려움을 겪었다. 노력해야 한다.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 말뿐이었다. 그런데 영국에서 놀랐던 것 중 한 가지는 동기부여 이론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동기부여를 시키는 '방법'이 있더라. 팀 스포츠에서, 개인 스포츠에서, 각각의 방안이 존재했다. 나 역시 공부를 하며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겠다, 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경험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사람의 지식은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지, 로봇처럼 주입시킨다고 얻는 게 아니다. 본인이 적응하며 생태계처럼 성장하는 것이다. 축구를 가르치는 방법론에도 마찬가지다. 과거 한국에서 배웠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이젠 철학적으로 접근해서 수원 유스 시스템을 체계화 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Q. 석사 논문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선수들이 축구만 하지만, 영국 사람들은 그걸 특별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한 가지에만 올-인을 하냐고. 그래서 은퇴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논문 주제로 택했다. 주변에서 흥미로운 반응을 느꼈다. 나는 축구를 그만 둔 이들이 다른 직업을 갖는 과정을 논문에 기술했다. 선수를 하다가 접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자동차 정비공이 된 친구의 이야기도 다뤘다. 다들 그 친구의 삶을 놀라워했다. 영국에서는 그런 케이스 잘 없기 때문이다."

Q. 이런 이야기들을 선수들에게도 해주나?

"나는 축구가 아닌 교육도 많이 한다. 개인 면담도 많이 하는 편이다. 모두가 축구 선수로 성공할 수는 없다. 내가 가르치던 선수는 고등학교 때 그만뒀다가 지금 피지컬코치가 됐다. 나도 가봤던 길이라 도와줄 수 있다. 지금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뛰는 선수들도 축구와 관련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줄 거다."

Q. 현재 매탄고 선수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을까?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 포지션마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동기부여로 경쟁을 시킨다면, 그걸 이뤘을 때 다음의 동기부여가 없다. 그래서 나는 팀의 업무를 만들어준다. 팀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장기적 목표를 준다. 함께 가며 이룰 수 있게끔, 팀이 같은 곳으로 갈 수 있게끔 그렇게 지도한다."
 

 

Q. 외국에서 배운 부분을 한국에서 실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수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열린 클럽이었다. 놀랄 정도였다. 사실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면 위에서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배운 걸 펼칠 수 있게 열어준 클럽이 수원이었다. 전혀 어려움 없이 진행했다. 유스 친구들도 잘 따라와 줬다. 일단 잘하는 친구들이기도 하고 이해도도 빨랐다."

Q. 수원 유스에 무엇을 정착시키려고 하는가?

"내가 수원에 오기 전부터 유스 게임 모델은 만들어진 상태였다. 유스를 일원화하는 방향성은 출발이 됐다는 뜻이다. 다만 디테일이 부족해 그걸 채우고 있다. 게임 모델도 연령별에 맞게 명확하게 짜고 있다. 구단의 철학 안에서 시스템화를 진행하고, 코칭 철학과 축구 철학을 나눠서 세부적으로 정리하려고 한다. 구단을 앞서가게 하기 위해, 큰 틀에서는 유럽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스타트는 끊었다."

Q. 수원의 게임 모델은 무엇일까?

"주도하는 축구다. 주도하는 축구를 위해서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반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생각하는 축구 선수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장기적 목표라면, 팀 안에서 나온 선수들이 프로에 데뷔해 해외 진출까지 해야 한다. 수원 유스가 K리그 안에서 롤 모델도 돼야 한다."

Q. 한국 유스 시스템 안에서도 손흥민이나 이강인 같은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시스템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이 시스템과 학습 이론을 체계화한 뒤 연령별 훈련을 시키면, 우리 안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일단 선수들이 도전적으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리고 키운 유스를 프로에서도 활용해야 한다. 구단은 선수가 다음 레벨로 오를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 우리 유스 안에서도 미토마 카오루 같은 선수는 있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유럽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한국 안에서도 만들 수 있다. 모두의 목표가 돼야 한다."

Q. 매탄고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나?

"우승이 목표가 아니다. 선수를 프로에 올리는 게 목표다. 특징 있는 선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특징 있는 선수들을 찾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다. 우리팀 스카우트에게 말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볼을 예쁘게 차는 선수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한 명을 제칠 수 있는 선수를 찾으라고. 패스와 컨트롤을 잘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을 제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드리블을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도전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실수를 계속 지적하면 밋밋한 선수들이 나올 뿐이다. 초등학교 때는 드리블을 많이 시도하고, 중학교 때는 인지를 발달시켜야 하며, 고등학교 때는 숙련이 돼야 한다."

"어린 나이에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지금은 실패를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다. 제치고 나가려다가 골을 먹으면 팀에 피해가 간다.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습관이 생긴고, 그러면 선수는 밋밋해진다. 어느 포지션이든 선수를 제쳐야 한다. 센터백이라도 한 명을 제치고 나올 줄 알아야 한다. 기술을 쓰든, 동료를 활용하든, 공간을 쓰든, 제쳐야 한다."

Q. 축구 인생의 목표가 있을까?

"프로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욕심이 없다. 다만 유소년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도자들이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게 유스 시스템을 조성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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