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임차 허용은 돌봄 시장화”···‘깜짝’ 공청회에 오간 고성들
앞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가 임차인도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공청회를 열었다. 노조와 시민단체, 요양시설 운영자 등 돌봄 종사자들은 요양시설 임차 허용이 ‘돌봄의 시장화’를 초래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선 지난 5월부터 공단의 연구용역을 맡아온 문용필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연구발표에 나섰다.
문 교수는 “경제적 수준이 되는 일부 신노년층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현행 표준화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다”며 “서비스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요양시설 임차 허용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권 지역은 지가가 높아 현재 요양시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거주지 또는 인근에 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면 공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은 ‘건물·토지를 소유한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고 임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임차는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건물·토지에 대한 공공 임차만 가능하다. 정부의 연구용역은 이런 임차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과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 시민단체, 돌봄 종사자 등은 요양시설 임차 허용이 ‘돌봄의 시장화’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요양보호사총연합회 등은 이날 공청회가 열리기 전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 규모가 큰 손해보험업계가 요양시설 설립에 따른 초기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해주는 요양시설 임차 허용”이라며 “공적 요양서비스를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공청회 제목에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라고 표현한 것은 지급능력이 있는 노인들에게 고급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고비용 서비스를 모델로 더 큰 이윤을 추구할 것이고 이는 보편적 돌봄서비스라는 원칙이 무너지고 시장 구매력에 좌우되는 돌봄의 양극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혜 공공운수노조 시립중랑요양원 분회장은 “시장 경제의 과열은 돌봄 서비스의 질을 더욱 저하시킬 것이고 더불어 돌봄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 또한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간 참여연대와 돌봄공공연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도 공청회가 열리는 회의장에서 반대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들은 “요양시설 임차를 허용하면 시설의 갑작스러운 폐업과 영세 시설의 난립 등에 따른 입소 노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고, 윤석열 정부가 채택한 국정과제인 지역사회통합돌봄(자택 거주 요양 등)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노조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소속의 요양시설 운영자들이 자리를 꽉 채웠다.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우리는 요양시설 운영을 위해 자가 건물을 사고 지금도 대출 이자를 내고 있는데 이제 와서 보험사들 요구대로 임차를 허용하겠다는 건 형평성이 안 맞는다”고 말했다. 공청회 막바지엔 수십 명의 협회 관계자들이 회의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에게 정책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공청회가 충분한 정보 없이 급히 열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해) 공청회 자료를 검토할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번 공청회 일정을 출입기자단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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