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명품 1개 살 돈으로 중고 2개 샀다”…쑥쑥 크는 중고명품 시장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hjk@mkinternet.com) 2023. 7. 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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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격 인상 잦아지자
새 제품같은 ‘민트급’ 인기
2분기 국내 중고명품 업체
작년 대비 거래액 22%↑
7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디올 매장 앞을 손님들이 지나고 있다.[사진=김현정 기자]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구매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중고명품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새 제품에 준하는 ‘민트급(mint condition)’ 구매가 늘어난 데 이어 명품 브랜드의 한정 판매 정책에 질린 소비자들이 중고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샤넬이 빠르면 다음 달 제품 가격을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샤넬은 지난해 1월과 3월, 8월, 11월에 걸쳐 4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올해 들어선 지난 2월과 5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는데, 지난해 가격 인상 타이밍을 감안하면 8월에 또 다시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샤넬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연 4회 인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웠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이 지난 5일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7월에 이어 1년 만에 또 다시 가격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셀린느가 지갑, 신발 등 액세서리 가격을 15% 내외 인상했다.

통상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가 가격을 올릴 경우 프라다, 셀린느, 보테가베네타 등 다른 브랜드의 가격 책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면서 구매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중고명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새 제품을 구하기 힘든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의 경우 중고상품 구매가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인기 제품은 중고로 되팔 때도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신상품 가격이 오르면 좀 더 높은 가격으로 중고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환경을 중시해 가치소비를 실천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자원 선순환 차원에서 중고명품에 관심을 갖는 사례도 있다.

백화점 명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MZ세대도 새 상품에 준한 상태인 ‘민트급’ 매물에 관심을 보이면서 중고 명품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에 따르면 샤넬이 가격 인상하기 전인 2월과 비교했을 때 올해 3월 샤넬 판매 개수는 15% 이상, 판매액은 2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 개수 45%, 판매액은 44%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고 명품 수요가 늘면서 구구스의 올해 2분기 거래액은 557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2% 증가했다. 고가인 명품의 특성상 직접 눈으로 확인 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오프라인 선호 구매 행태를 반영해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로 늘어난 명품 수요는 다시 줄어들기 어렵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명품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싼 새 제품 대신 비교적 저렴한 중고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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