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 선택한 HLB...공매도 세력과 전쟁

신항섭 기자 2023. 7. 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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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세라닙 NDA 호재에도 공매도 45만주 쏟아져
주주들 "시가보다 너무 낮은 금액의 공매도, 시세조종 의도 의심"
금융당국, HLB 공매도 매매 현황 조사 착수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HLB가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전격적인 무상증자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고 회사는 설명했지만, 수년간 쏟아지고 있는 공매도와 관련해 정면 대응을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LB 주주들은 특정 세력이 그간 똑같은 패턴으로, 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공매도를 해 주가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는 주당 0.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지난 15년간 주주들의 격려와 지원이 있었기에 신약개발을 성공적으로 해올 수 있었다"며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간암 1차 치료제 신약허가를 앞둔 현 시점에서, 주주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는 차원으로 이번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앞으로도 주주친화적 정책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무상증자의 배경에 대해 공매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HLB는 항암 신약인 '리보세라닙'이 미 FDA 본심사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FDA가 표준심사로 신약허가신청서(NDA) 심사를 시작함에 따라, 늦어도 내년 5월16일까지 신약 허가여부가 결정된다.

이같은 발표가 있었던 17일 HLB의 주가는 한때 17.44%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매도가 쏟아지면서 상승 폭이 대폭 둔화됐고, 종가 기준으로 2.7% 상승에 그쳤다. 이날 쏟아진 공매도는 무려 45만2471주, 약 150억원에 달한다.

전날에도 38만3811주, 118억원의 공매도가 쏟아졌다. 이는 전체 거래량과 거래대금의 22.89%, 22.8%에 달하는 규모다.

이로 인해 HLB의 공매도 잔고(14일 기준)는 625만2405주, 1954억원에 달한다.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불리우는 대차거래 잔고는 1665만839주, 잔고규모는 50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HLB 주주들은 공매도 세력들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올렸던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과 유사한 방식으로 주가를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HLB그룹 주주연대 대표는 "고평가로 인한 공매도라면 높은 주가에서 공매도를 해야 정상인데, 17일 약 45만주 공매도 평균단가는 3만3251원"이라며 "당일 시초가가 3만6100원이고 고가가 3만6700원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금액으로 공매도를 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매도 제도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HLB의 주가가 불만족스러워 이를 공매도 세력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들의 공매도 매매행태가 딱 라덕연식 수법의 시세조종 범죄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HLB그룹 주주연대는 금융감독원에 HLB와 HLB생명과학에 공매도를 이용한 시세 조종이 의심된다며 조사 민원을 접수했다. 또 공매도 거래가 집중되고 있는 JP모건 코리아에 일부 공매도 펀드 운용자의 시세 조종 일탈 행위가 없었는지 감사해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상환기간이 사실상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는 상호 합의하에 상환기간을 계속 연장가능하다. 이에 반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는 90일까지며 연장이 가능하나 그 횟수가 제한돼 있다.

또 공매도에 대한 이자 역시 개인과 달리 기관과 외국인은 낮은 수준이다. 대차잔고가 많은 주식의 경우, 이자가 1%도 안되는 수준이며 기간이 길어져도 이자가 커지지 않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를 포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이들의 민원이 사실로 드러날지 시장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8월말 금융감독원은 공매도를 전담으로 하는 공매도조사팀을 신설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악의적 무차입 공매도' 정황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빌린 주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주가 하락을 유발하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가를 하락시키기 위해 스와프 거래를 이용한 불법 공매도 혐의와 악재성 공시 전 해당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한 불공정 거래 혐의가 포착됐다. 이 중 일부 혐의자는 무차입 상태에서 고의로 매도 주문을 내 매매 차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의결한 공매도 위반 조치에 해당되는 종목은 벌써 20개를 넘어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HLB 공매도 현황부터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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