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최악의 대처 능력 드러낸 충북도

전창해 2023. 7. 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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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 위험 경고 뭉개고, 내부 상황 전파도 부실
김영환 지사에게 사고발생 직전까지 보고 안 돼
'50㎝ 차올라야 차단' 매뉴얼 타령만…안전설비 설치도 낙제점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도는 도내에서 발생하는 재해·재난 상황을 총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이다. 도가 흔들리면 도내 재난안전 대응 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충북도는 최악의 상황 대처 능력을 드러냈다.

여기에 그동안의 지하차도 시설 관리도 허점투성이였다는 게 속속 확인되고 있다.

황톳빛으로 변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행복청 위험 경고 3차례 받고도 무대응

19일 충북도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있는 도로는 도가 관리를 맡은 508번 지방도이다.

도로법에서는 홍수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관리청이 교통 통제 등을 일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도는 위험 징후를 타 기관으로부터 전달받고도 교통 통제 등 선제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사고 당일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공사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감리단장으로부터 미호강 범람 위험을 보고 받고 충북도에도 이를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행복청 직원은 오전 6시 31분과 38분, 7시 2분 총 3차례에 걸쳐 충북도 직원과 통화했다.

당시 행복청 직원은 "미호강 범람 위험이 있고, 이 사실을 청주시·경찰청에도 연락했다"고 했고, 충북도 직원은 "그쪽에도 연락한 거 맞냐"고 확인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전화를 받은 최초 시점으로 보면 사고 발생 약 2시간 전에 위험 징후를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도로관리사업소 등 관계 부서에 공유되지 않았고, 아무런 후속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당시 동시다발적으로 재해 상황이 터져 경황이 없었고, 전화 받은 직원도 참고용으로 여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런 위험상황 보고는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김영환 지사에게도 사고 발생 직전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또 당시 괴산댐 월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 중이던 김 지사에게 지하차도 사고 사실이 언제쯤 보고됐는지도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덮치는 하천수 [지하차도 CC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50㎝ 침수되면 탈출 어려워'…매뉴얼 적절했나

적절한 시점에 지하차도의 교통 통제를 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사고의 원인이 된 미호강 제방 붕괴 전까지는 지하차도를 통제할 정도의 징후가 없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응 매뉴얼 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이상 차올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오전 4시 10분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지점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불과 2시간여 뒤 수위가 계획홍수위(29.2m)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매뉴얼만 따지고 있던 셈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홍수경보가 있었지만 지하차도 내 CCTV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단시간에 물이 차올라 차량 통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매뉴얼을 제대로 적응했느냐도 의문이 따른다.

침수위험 3등급으로 분류된 사고 지하차도의 교통 통제 기준은 ▲ 도로 중앙 수위 50㎝ ▲ 미호강 수위 29.2m ▲ 미호천교 수위 29.2m ▲ 시우량 83mm ▲ 호우경보 발령을 합쳐 총 5가지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무렵 미호강과 미호천교 수위는 모두 29.2m를 넘어섰고, 도내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돼 있었다.

지하차도 교통 통제 기준 3가지를 충족했지만, 내부 침수 높이가 50㎝를 넘지 않았다고 대응을 미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하공간에 물이 50㎝ 이상 차면 성인 남성도 출입문을 열지 못하고, 여성은 40㎝만 차도 문을 열지 못한다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험 결과도 있어 도가 고수한 기준의 적절성이 도마 위에 오를 여지가 크다.

물 빠진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침수위험 3등급' 허술 평가에 안전시설도 뒷전

그동안 지하차도 시설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충북도는 3년 전 정부에 '오송 궁평2지하차도는 침수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보고했다.

도는 행안부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 지하차도는 2019년에 신축돼 침수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 침수위험 등급을 '3등급'으로 분류했다.

3등급으로 분류되면 예비특보, 호우주의보가 아닌 호우경보 시에만 통제된다.

하지만 2018년부터 최근까지 지하차도 인근에서는 미호천교 개축·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사에 따라 침수위험에 영향을 주는 주변지역의 빗물 유입량 등이 변화할 수 있지만, 등급 평가에는 이런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다시 등급 평가를 한다면 1·2등급을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높은 등급일수록 지하차도가 갖춰야 할 안전시설이 많다.

궁평2지하차도는 3등급이다 보니 진입 자동차단 설비 구축사업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이 시설은 침수나 교통사고 등 위급 상황 발생 때 자동 또는 원격으로 지하차도 입구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다.

이번 사고 지하차도에 이 시설이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궁평2지하차도는 2021년 12월부터 침수사고에 대한 지하차도 진입 차단 설비 설치 내용이 법적 관리기준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난 달 행안부로부터 교부된 예산으로 하반기 중 시설 설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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