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1ℓ 3000원 넘을까...위태로운 원윳값 '줄다리기'
유업체와 낙농가 대표단이 모여 원유(原乳, 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가격 인상을 협의 중이나 양측의 입장차가 커서 최종 협상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미 흰우유 1리터(ℓ) 제품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 기준으로도 지난해 인상 폭을 웃도는 가격 책정이 유력한 까닭이다.
업계에선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와 유업체가 생각하는 원윳값 인상액 갭(차이)이 워낙 크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도 양측은 진통 끝에 10월에 가격 인상률을 합의했는데, 올해에도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가격 인상 폭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값이다. 5년 전만 해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낙농가는 20%대 인상률을 주장한 시기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사료비, 인건비 등을 고려해서 전년 대비 원유 생산비가 ±4% 이상 변동할 경우 가격 협상을 하도록 했다. 원유 사용량과 생산비 증가액에 따른 가격 인상 범위도 구체화했다.
지난해 우유 1리터당 생산비는 959원으로 전년 대비 116원(13.7%) 증가해 가격 협상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해 원유 사용량은 전년 대비 1.6% 감소해 소비량 기준이 적정 수준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생산비 증감액 116원의 60~90% 수준인 69원~104원 선에서 가격 인상 폭을 협의하게 된다.
우유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할 경우 소비가 위축되고 원유 소비량이 줄면서 업체는 물론 낙농가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 유업체 관계자는 "올해 원유 가격이 추가 인상되면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영화관람료와 택시비 인상 사례와 같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이 커지면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업체 관계자는 "사실 흰우유는 팔수록 적자이고, 가공유나 단백질 제품으로 손실을 메우는 구조"라며 "가격이 너무 오르면 국내산 우유를 소비하지 않고 수입산 멸균우유 등 대체제를 찾아 중장기적으로 낙농가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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