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1ℓ 3000원 넘을까...위태로운 원윳값 '줄다리기'

유엄식 기자 2023. 7. 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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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유업계 금일 협상 2차 데드라인...양측 입장차 커서 합의 지연 가능성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유업체와 낙농가 대표단이 모여 원유(原乳, 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가격 인상을 협의 중이나 양측의 입장차가 커서 최종 협상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미 흰우유 1리터(ℓ) 제품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 기준으로도 지난해 인상 폭을 웃도는 가격 책정이 유력한 까닭이다.

원윳값이 오르면 흰우유 뿐만 아니라 이를 원료로 하는 유가공 제품도 동시에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제조사 입장에선 매출 증대 요인이지만 전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원윳값 인상분은 대부분 낙농가 소득으로 돌아갈 뿐 유업체 이익률과 무관한 까닭이다.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요청도 간과할 수 없다.
올해도 8월 전 협상 물건너가나...낙농가 vs 유업계 가격 인상안 대립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 대표단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가 이날 원유 가격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했다. 소위원회 협의는 오는 24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달 9일부터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와 유업체가 생각하는 원윳값 인상액 갭(차이)이 워낙 크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도 양측은 진통 끝에 10월에 가격 인상률을 합의했는데, 올해에도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국내 낙농가의 약 25%가 가입한 낙농진흥회는 각계 대표단을 구성해 매년 원유 가격 인상액을 협의한다. 이를 통해 책정한 가격은 사실상 국내 원유 가격의 '바로미터'가 된다. 낙농진흥회 비회원사로부터 원유를 수급받는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원윳값은 이 기준을 따른다.
/자료=낙농진흥회
최저 69원에서 최고 104원, 원유 가격 인상 기준 어떻게 결정됐나
올해 원유 가격 인상 범위는 69원~104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지난해 인상 폭(리터당 49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가격 인상 폭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값이다. 5년 전만 해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낙농가는 20%대 인상률을 주장한 시기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사료비, 인건비 등을 고려해서 전년 대비 원유 생산비가 ±4% 이상 변동할 경우 가격 협상을 하도록 했다. 원유 사용량과 생산비 증가액에 따른 가격 인상 범위도 구체화했다.

지난해 우유 1리터당 생산비는 959원으로 전년 대비 116원(13.7%) 증가해 가격 협상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해 원유 사용량은 전년 대비 1.6% 감소해 소비량 기준이 적정 수준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생산비 증감액 116원의 60~90% 수준인 69원~104원 선에서 가격 인상 폭을 협의하게 된다.

낙농가는 사료비와 인건비 부담 증가를 반영해 가급적 최대 인상 폭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업체는 원가 부담과 물가 영향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 소재 한 축사에서 젖소들이 안개분무기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업계 "흰우유 등 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과도한 인상, 소비자 반발 우려
원유 가격이 뛰면 흰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원유 1리터당 가격은 996원으로 최소 폭인 69원을 올려도 리터당 1000원이 넘게 된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49원 올랐을 때 유업계는 흰우유 등 제품 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최근 흰우유 1리터 소비자 가격은 약 2800원이다. 유업계가 마진율을 낮춰 지난해와 동일한 인상률을 책정해도 흰우유 1리터 가격은 3000원이 넘게 된다.

우유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할 경우 소비가 위축되고 원유 소비량이 줄면서 업체는 물론 낙농가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 유업체 관계자는 "올해 원유 가격이 추가 인상되면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영화관람료와 택시비 인상 사례와 같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이 커지면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업체 관계자는 "사실 흰우유는 팔수록 적자이고, 가공유나 단백질 제품으로 손실을 메우는 구조"라며 "가격이 너무 오르면 국내산 우유를 소비하지 않고 수입산 멸균우유 등 대체제를 찾아 중장기적으로 낙농가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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