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겪은 일본, 안전성 보완된 ‘고온가스로’ 개발 박차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겪은 일본이 ‘원전 부활’ 정책과 함께 안전성을 보완한 차세대 원전을 개발하는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가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와 함께 영국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실증 고온가스로의 핵연료 분야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개발비로는 약 29억엔(약 260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고온가스로는 노심 냉각에 물을 사용하는 기존의 경수로와 달리, 금속 부식 등을 일으키지 않는 헬륨 가스를 이용하는 원자로다. 수소 폭발이나 노심 용융 등 중대한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수로보다 훨씬 높은 700도가 넘는 열이 발생하기에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영국은 고온가스로 관련 기술을 검증할 실증 원자로(실증로)를 잉글랜드 북동부 하틀풀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업의 예비조사에도 일본이 참여했으며, 원자로 본체의 기본 설계도 수행하게 된다. 고온가스로에는 경수로 연료와 다른 전용 연료가 필요한데, 영국에는 제조 시설이 없어 연료 개발까지 일본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는 원자로와 연료 양쪽의 기술을 해외에서 검증한 뒤 일본 국내의 실증로 개발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의 고온가스로 개발 움직임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10여년만에 시작된 ‘원전 부활’ 정책과 맞물려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탈탄소 사회’ 실현을 명분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제시됐던 5가지 방식이 고온가스로와 혁신경수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소듐냉각고속로, 핵융합로 등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들 차세대 원자로가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기존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일본은 1998년부터 고온가스로 기술을 축적해왔으며 2010년 이후에는 상용화를 위한 실증로 건설을 구상한 바 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개발이 오랜기간 정체됐으며, 2021년에 들어와서야 10년만에 연구로를 가동했다. 연구에 다시 속도를 붙여 2030년대 후반에는 실증로 운전을 시작한다는 것이 현재 일본 정부의 목표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도 현재 고온가스로 개발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내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차세대 원자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며, 3년간 550억원을 공동 투자해 고온가스로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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