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공급 부족한데 해외에 수출?… 면역글로불린 '품절 사태'
국내에서는 없어서 못 구하는데 해외로 수출되는 의약품이 있다. 혈장으로 만드는 혈액제제 의약품 면역글로불린(IVIG)이다. 이 의약품은 가와사키병(소아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과 암환자 등을 위한 치료제로 쓰이는데 약이 없어서 의사와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로도 수출되는 면역글로불린이 국내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이유는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다. 국내용은 원재료인 수입 혈장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인증을 받은 곳이 많지 않아서다. 정부가 책정한 면역글로불린의 약가가 낮은 점도 추가 생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하루 빨리 면역글로불린 수급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조만간 식약처에 면역글로불린 품절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국내에서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가 독점 공급하는 면역글로불린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어서다.
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인 은병욱 노원을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면역글로불린 품절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공문을 식약처에 보내려 한다"며 "최근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게 되면서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늘어 가와사키병 환자도증가하고 있는데, 1차 치료제인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제가 없어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면역글로불린이 부족한 첫 번째 원인은 국내 헌혈 감소다. 녹십자와 SK플라즈마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혈장을 받아 면역글로불린을 만드는데 국내 헌혈이 줄면서 원료가 부족해졌다고 설명한다. 실제 적십자사에 따르면 2015년 308만건이었던 헌혈실적이 지난해 265만건으로 줄었다. 특히 고등학생의 헌혈이 감소했다. 지난해 16~19세 헌혈 실적은 46만2186건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80만321건 대비 45.6%(33만8135건) 줄었다.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입부터 개인 봉사활동 실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헌혈 건수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게 적십자사 설명이다.
수입 혈장 가격이 올랐는데 국내 면역글로불린 가격이 낮은 점도 문제다. 헌혈 감소 등으로 원료 혈장 자급률은 6년새 81.4%에서 45.6%로 급감하고 수입 혈장 의존도가 60%를 상회하게 됐는데, 수입 혈장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국내 혈액제제 가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헌혈이 부족하니 수입 혈장으로 면역글로불린을 만드는데 원료 가격이 완제품보다 훨씬 비싸다보니 사실상 면역글로불린의 생산이 어렵다"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혈장 공급 가격이 연평균 6.08% 오를 때 혈장으로 만드는 혈액제제인 알부민 가격은 연평균 1%도 오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데 녹십자와 SK플라즈마는 국내 공급이 부족한 면역글로불린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유는 다른 절차에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해외 수출용은 아무 수입 혈장을 써도 되지만 국내용은 식약처가 인증한 곳에서 수입한 혈장만 써야해 수량에 제한이 있다보니 공급이 더 어렵다"고 했다. SK플라즈마 관계자 대답도 비슷하다.
정부가 헌혈을 늘리는 정책을 쓰면서 식약처는 혈장 수입 인증을 늘리고 보건복지부는 면역글로불린 약가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혈장 수입의 경우 정부가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한다 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원료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원료 가격 인상에 따른 약가 조정을 해야 의약품 수급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혈장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의약품 부족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부족 우려 의약품의 공급·수요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및 정보시스템 정비 등 체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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