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VC인데 창투사만 규제 천국?…"등록·관리 일원화해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들이 창업투사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등록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투자업계의 혼란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벤처육성특별법(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4년 뒤 일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상시화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벤처·스타트업 활성화 입법과 정책과제'에서 이같은 내용의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규제 현안을 발표했다.
창투사와 신기사의 등록 이원화에 따른 시장 혼란과 형평성 문제는 벤처투자업계에서 과거부터 제기해오던 문제다. 창투사와 신기사는 각각 '벤처기업 육성',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등 표방하는 목표가 다르다. 이에 신기사는 창투사와 달리 중견기업·외국회사(비거주자) 투자가 가능하다. 창투사는 최소자본금이 20억으로 신기사의 10%에 불과하다. 행정적으로도 창투사는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벤투촉진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리감독을,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관리감독한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투자라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일각에서는 초중기 기업은 창투사가, 후기 기업은 신기사가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신기사도 초기 기업에 투자하면서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두 기관이 벤처투자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비슷하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액(13조6145억원) 중 창투사는 49.7%(6조7640억원)을, 신기사가 41.9%(5조7066억원)을 차지했다.
이에 규제 차익이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 투자업계에는 창투사의 투자대상 제한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투자대상 제한으로 최근 신설된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대부분은 신기사로 등록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피투자자인 스타트업 대응이 어렵단 점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사 구분에 따라 요구사항이 달라서다. 예컨대 신기사에서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일정 주기마다 고객확인의무를 재수행해야하는 등 협조방법이 다르다는 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설명이다.
최 센터장은 "양 기관의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VC 본연의 의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를 단순화하고 소관 법률을 일원화해 투자기관이나 스타트업에 불필요한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며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VC는 단계적으로 의무를 면제하는 등 차별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최 센터장은 일몰시점이 도래하는 벤처육성특별법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벤처육성특별법은 1997년 제정돼 2027년 일몰을 앞두고 있다. 최 센터장은 "벤처육성특별법이 일몰되면 스타트업의 안정적 지속적 육성에 필요한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법률에 명시된 법 유효기간을 개정하거나 삭제해 상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융위, 중기부 등 벤처·스타트업의 육성과 투자 관련 소관부처 담당자들도 나와 향후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위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상장시키고,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BDC 제도를 추진 중이다. BDC는 자본시장을 통해 원활히 자금을 조달하고 일반 투자자들은 비상장 투자수익을 누릴 수 있는 제도"라며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현재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박용순 중기부 창업진흥정책관은 "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위해 내국인의 해외창업(아웃바운드), 외국인의 국내창업(인바운드) 등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인바운드 활성화를 위해 법무부와 비자 논의를 하고 있고 아웃바운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로 본사이전(플립)한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끝으로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급여 개념으로 지분을 제공하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인수(RSU)'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류경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신구산업 갈등과 규제로 혁신의 싹이 움트지 못하는 경우를 막아달라"고 건의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같은 업계 건의사항을 담은 '벤처·스타트업 진흥 법안'을 직접 발의할 예정이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김 의장이 올해 국정감사 전 직접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며 "벤처·스타트업이 주인공이 돼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국가현안 대토론회는 국회사무처와 국회미래연구원이 주관하며 국회 차원에서 국가적 의제를 선도하고자 기획됐다. 이날 대토론회는 국회신성장산업포럼과 국회 유니콘팜의 후원을 받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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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김유경 기자 yunew@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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