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45도·이란 67도… 그리스, 관광지까지 일시 폐쇄

강현철 2023. 7. 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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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나 여름 휴가기간을 이용해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운 사람이라면 한번쯤 유럽의 기후를 고려해봐야 할 듯 하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이 유례없는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날 로마·피렌체 등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로마에선 시민보호부서에서 파견한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로 나와 콜로세움과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 명소에서 물병을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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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美남부·中 등 펄펄 끓어
온열환자 급증… 응급실 초비상
美노숙자, 아스팔트서 화상입기도
WMO "극한 기상, 새로운 현실"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포폴로 광장에서 한 사람이 분수대에 머리를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북반구 덮친 이상폭염

지구촌이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다. 남유럽, 미국 남부, 중동 등 북반구 주요국의 최고 기온은 섭씨 40도를 넘겼다. 이에 따라 관광객이 몰린 일부 유럽 국가들은 관광객들의 건강을 위해 관광지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라치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 로마의 최고 기온이 41.8도로 관측됐다. 이는 그동안 로마에서 관측된 기온 가운데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전 로마 최고 기온은 지난해 6월의 40.7도였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날 로마·피렌체 등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19일에는 23개 도시로 폭염 경보 발령 지역이 확대된다. 보건부는 폭염이 취약 계층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마에선 시민보호부서에서 파견한 자원봉사자들이 콜로세움과 같은 관광 명소에서 사람들에게 물병을 나눠줬다. 로마 곳곳의 분수대에선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이탈리아 남부 아풀리아, 바실리카타, 칼라브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온도계가 40도까지 올라갔다. 지중해의 시칠리아섬과 사르데냐섬에서도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 시칠리아와 사르데냐의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기온이 43∼44도로 관측됐고, 피렌체와 볼로냐에서는 최고 37∼38도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아라곤 지방과 지중해에 있는 스페인령 마요르카섬에서도 40도를 넘어섰다. 카탈루냐 기상청은 프랑스 국경에 가까운 보아데야 저수지에서 수은주가 45도를 기록하면서 카탈루냐 지방 역대 최고 기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이의 프랑스령 지중해 섬 코르스와 프랑스 남부 바르 지방도 각각 기온이 40도, 38도로 치솟았다.

폭염에 따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 호안 발레스테르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지난 10일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유럽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6만1000명을 넘는다. 올해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유럽 각국 병원 응급실은 밀려드는 온열환자로 초비상이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에선 기온이 66.7도까지 치솟았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저지대가 지난 16일 52.2도로 중국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상고온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남부에서도 한달 가까이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역대 최장기간 더위가 이어지는 기록을 썼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측정된 기온은 화씨 117도(섭씨 47도)를 기록했다. 피닉스 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 59분 기준으로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의 기온이 화씨 110도(섭씨 43도)를 넘어섬에 따라 19일 연속으로 이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화씨 110도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약 50년전인 1974년의 18일 연속 화씨 110도 이상 최고기온 기록을 깨고 역대 최장기간 폭염이 지속된 기록이다.

또 이날 낮 최고기온은 1989년의 화씨 115도(섭씨 46도)를 넘어 역대 7월 18일의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고 피닉스 기상청은 전했다. 앞서 피닉스에서는 하루 최저기온이 화씨 90도(섭씨 32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연속 8일간 이어져 역대 최장기간 열대야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예년보다 극심한 폭염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피닉스 중심부의 노숙자 밀집 캠프에서는 뜨거운 아스팔트와 인도 블록 등 길바닥에서 자다가 2도 화상을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 곳곳에서 나온 최고기온 신기록은 1만2000개가 넘는다.

여행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여행 성수기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통적인 여름 휴가철은 7~8월이지만 폭염으로 4~5월과 9~10월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각국은 폭염으로부터 관광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아테네의 랜드마크인 아크로폴리스 앞에서 한 관광객이 더위에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지난 14∼15일 낮에 이곳을 일시 폐쇄했다.

이처럼 올 여름 폭염과 폭우 등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것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태평양 바닷물이 통째로 뜨거워지는 '슈퍼 엘니뇨'(El Nino)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일사병과 열사병, 실신, 경련, 탈진 등 각종 온열질환을 초래하는 까닭에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꼽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북미,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기온이 이번 주에 40도가 넘을 것"이라며 폭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특히 열에 취약한 사람들에겐 한밤중 고온도 건강에 큰 위험"이라며 이런 극한 기상을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7년 전 유명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최근의 이상 기후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극단'이 이제 새로운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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