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끊겨버린 그녀들...살기 위해 은밀한 거래 손댔지만 결과는 [리뷰]
잘 벼린 면도칼 같은 갈등 구조에 타율 높은 유머까지 더했으며 액션까지 진일보해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 복선과 ‘떡밥’을 모두 회수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니 티켓값 1만5000원이 아깝지 않을 전망이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김종수·고민시 배우가 열연한 신작 영화 ‘밀수’를 지난 18일 언론 시사회에서 미리 살펴봤다.
1970년대 군천 바다 해녀들
그들은 절망한다. 도시 인근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바다가 오염돼 전복이 죄다 썩어버려서다. 해녀들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그라든다. “먹고 살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거냐?”라고 푸념하면서 해녀들은 밀수로 밥벌이를 한다.
상대 선박이 약속한 위치에 외산 담배나 주류, 통조림 따위 밀수품을 떨어뜨리면 장도리(박정민)와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물건을 올려 남대문시장에 갖다 파는 식이다.
점점 판을 키워나간 밀수업의 결과 캐릭터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화해하는 뻔한 서사를 예상했다면 오판이다. 영화는 시작 후 약 35분 만에 결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의 바다 속으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다.
시작후 35분만에 혼돈속으로
그 사이, 서울에서 밀수업으로 떼돈을 번 춘자는 전국구 밀수꾼 권상사(조인성)에게 걸려들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군천행을 택한다. 작은 도시 군천이 기회의 땅으로 변하고 그 과정에서 모두가 모두를 속이는 활극이 빚어진다. 맹룡호 선박을 둘러싸고 누가 ‘마지막 다이아몬드’를 차지할까.
상영시간 129분이 지나도록 결말 예측이 불가능한 갈등과 서사는 ‘밀수’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족을 잃은 진숙의 트라우마를 두 사람의 서사에 개입시켜 설득력을 높였다. 류승완 감독의 전작 ‘부당거래’에서의 주양 검사와 최철기 반장의 갈등구조를 떠올리게 하는데, 둘의 서로 다른 입장이 공감을 불러 일으켜서다.
특히 권상사 배역의 조인성은 액션 연기를 새로 썼다. 3cm 남짓한 면도칼 하나로 등장 30초 만에 객석을 소름을 돋치게 만드는 그는 ‘비열한 거리’ ‘더 킹’에서 보여준 다소 가벼운 느낌의 양아치 연기를 지양했다. 조인성이 단도 하나로 벽에 그은 선은 한국 액션영화사에 긋는 한 획의 유의미한 기록이 될 만하다. 박정민이 술집 유리잔을 씹어먹는 소리는 언젠가부터 한국영화가 보여줬던 진부함을 깨부수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조인성 액션은 영화사 남을것
‘밀수’는 올여름 개봉하는 한국영화 대작 가운데 첫 번째 주자다. ‘밀수’가 26일 개봉하고 일주일 뒤인 8월 2일 ‘더 문’과 ‘비공식작전’, 9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한다. 8월 15일에는 배우 정우성의 첫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보호자’, 유해진의 첫 로맨스 영화 ‘달짝지근해: 7510’도 관객을 만난다. 8월 15일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의 개봉일이기도 하다. 올여름 한국영화는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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