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일 근무, 임금 제자리"…고려대병원 직원들, 일손 놓고 피켓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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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으로 관광버스 17대가 순차적으로 들어왔다.
고려대안암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은 서울 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파업 병원'이다.
고려대의료원지부는 병원 측이 교섭에 성실히 나서지 않을 경우 재택파업을 지속하고, 오는 21일에는 또다시 현장 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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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으로 관광버스 17대가 순차적으로 들어왔다. 안산(7대)·구로(10대)에서 출발한 버스에서는 현장 파업에 참여하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조합원 600여명이 쏟아져 내렸다. 대기하던 안암병원의 노조원들과 합세하자 병원 로비가 순식간에 가득 찼다. '파업 투쟁 승리하자' '사람에게 투자하라'라는 피켓을 흔들며 "투쟁"을 외치는 조합원들의 함성이 병원을 가득 채웠다.
고려대의료원지부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의 총파업이 종료된 후에도 지금까지 '현장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은 서울 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파업 병원'이다. 노조는 임금 10%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 충원과 적정인력 배치를 주장한다. 반면 병원 측은 임금 2.5% 인상, 인력 문제는 차후 논의하자는 의견을 굽히지 않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현장 파업에서 연단에 나선 송은옥 고려대의료원 노조 지부장(직무대행)은 "특히 인력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운을 뗐다. 고대의료원은 안암(최첨단 융복합 의료센터), 구로(미래관), 안산(미래의학과) 등 산하 3개 병원이 모두 새로운 건물을 짓는 등 덩치를 점점 키우고 있다. 과천과 남양주에도 4·5 병원 설립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매년 건물이 증축되고 병상이 증가하면서도 인력은 '최소'로 유지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송 지부장은 "부서로 약품을 날라주는 일반업무 직종은 10년째 정원을 채워주지 않고, 환자 이송부서와 영양팀은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의 두 배 이상"이라며 "전체 직원 4명 중 1명가량이 계약직, 외주업체 직원으로 연속성 있는 업무가 어렵고 이 때문에 환자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로 주 6일 근무가 일반화된 부서도 있지만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노조에 따르면 고려대병원은 같은 부서에서 동일한 업무를 해도 계약직은 정규직 대비 86.2%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이화의료원, 가톨릭의료원, 경희의료원 등이 임금을 맞춰주는 것과 차이가 있다. 송 지부장은 "고대의료원은 지난해 의료수익 1조 4200억원, 당기순이익 760억원, 경상이익 1590억 원을 기록하는 등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임금 인상률은 2.72%에 그쳤다"며 "직원들의 노고에 합당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고 환경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의료 공백'은 현실화하고 있다. 로비에서 만난 한 80대 여성 입원 환자는 "며칠 새 환자가 쑥쑥 나가더니 지금은 내가 있는 4인실에 2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병동 복도 좌우로 4인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오늘 보니 상태가 나쁜 환자 7명밖에 남지 않았더라"고 말했다. 노재옥 노조 지도위원은 "현재 고려대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5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는 외래 진료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해 입원이 막히면 2차 치료가 어려워 응급·중증 환자 치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려대의료원지부는 병원 측이 교섭에 성실히 나서지 않을 경우 재택파업을 지속하고, 오는 21일에는 또다시 현장 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송 지부장은 "노조가 스스로 지쳐 파업을 그만두길 바란다면 잘못된 생각"이라며 '무기한 파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고려대의료원은 "현재 병상 가동률이 유동적이라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파업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임금인상과 인력을 포함해 직원 복지에서 최대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노조와 성실히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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