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않아" 홍준표 급반전 사과…'골프 제명' 2호가 될 순 없어?

박기범 기자 2023. 7.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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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골프 논란에…윤리위 개시 결정 하루 앞 "심려 끼쳤다" 고개
2006년 홍문종 '수해 라운딩' 탓 제명…당내 비판여론 확산 부담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7.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골프' 논란 나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일로 기죽지 않는다"며 당당했던 홍 시장이었지만, 비판여론이 확산하고 당내 징계 움직임마저 본격화하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의 이번 사과가 당내 징계에 미칠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홍 시장은 19일 대구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골프 논란이 있은 지 나흘 만이다.

홍 시장은 "(골프를 친 것이)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은 없었다"면서도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10시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에 참석한 후 오전 11시30분쯤부터 대구 팔공CC에서 1시간가량 골프를 치다 비가 내려 중단했다. 당시 대구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홍 시장이 집중호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특히 대구와 인접한 경상북도와 충청 지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골프를 친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컸다.

홍 시장은 이같은 비판에도 사과에는 선을 그어왔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며 "당시 대구시는 전 직원 비상대기령도 내리지 않았고 재난안전실 직원들만 조를 짜서 일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었을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질문에 "눈높이에 맞게 질문하세요.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라며 "괜히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고 할 사람인가"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당하던 홍 시장이 사과로 돌아선 배경에는 비판 여론 확산과 당내 징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 친정인 여당에서도 홍 시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 4시 30분 회의를 열고 홍 시장에 대한 수해 골프 논란과 관련해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징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홍 시장의 소명을 들은 후 징계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홍 시장의 중징계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윤리위의 직권 상정 결정은 김기현 대표가 홍 시장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지시한 당일 나왔고, 김병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역시 비판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의 수해 골프 논란이 발생하자 홍 전 위원장을 당에서 제명한 적이 전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시장이 먼저 사과를 한 것은 윤리위 심사 과정에 참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리위가 각종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만큼 이번에도 홍 시장의 사과와 관계없이 징계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가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다. 이번 사과가 참작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최고위원 2명(김재원 최고위원·태영호 전 최고위원)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는 독립돼서 움직이는 기관이고 어떤 누구의 지시나 간섭받지 않는다"며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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