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中찾은 美기후특사, '성과'는?

정지우 2023. 7. 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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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입장 변화 없는 美中
- 美中 관계 개선 측면에선 일부 성과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왼쪽)가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의 중국 방문 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어떠한 성과를 거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소통·교류 재개라는 측면에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은 고위급 방중의 연장선이 될 수 있지만, 기후변화를 놓고는 입장 차이 확인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 입장 변화 없는 美中

19일 주요 외신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16~19일 일정 동안 리창 중국 총리와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셰전화 기후변화 특별대표 등과 연속 회동했다.

그는 이들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자 세계 양대 탄소 배출국”이라며 “양국 관계가 안정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기후변화 등 시급한 글로벌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의 발언은 미국의 기존 태도에서 변화가 없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2021년에도 기후변화는 일부 국가만의 위기가 아니라 전 지구의 ‘공통적’ 도전이기 때문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었다.

그러나 중국 측 인사의 언급을 보면 미중은 입장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리창 총리는 “선진국은 배출량을 줄이고 자금 지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과학기술 성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친환경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려면 선진국은 개도국에 더 많은 기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핵심 우려를 존중하며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유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 미국은 11%이지만, 1인당 배출량(2019년 기준)에선 미국이 17.6t으로 중국 10.1t을 능가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해 놓은 만큼 미국 등 선진국들의 탄소 저감 의무가 더 크다는 의미가 담겼을 수 있다.

아울러 미국 등 선진국이 매년 1000억달러(약 127조원)를 지원해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기후재해 적응을 돕겠다고 한 2009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과학기술 성과 공유’, ‘서로의 핵심 우려 존중’, ‘차이점 유보’ 등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부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문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대중국 제재와 디커플링(탈동조화), 디리스킹(위험축소), 대만 문제,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논란 등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는 완고하다. 케리 특사는 방중 직전인 지난 13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국가에 보상금을 지불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보면 방중 회담에서도 케리 특사의 관련 발언 자체가 없다.

칼럼니스트 얀모는 중국 매체 관찰자망에 “케리 특사의 방중과 회담, 발언은 두 강대국의 협력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면서 “기후문제는 산업과 분리될 수 없으며 기후 보상금 지급 거부, 중국산 태양광 패널 관세 철폐 거부 등 어떤 양보도 않고 중국 측과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18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회담에 앞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왼쪽)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1
美中 관계 개선 일부 성과

반면 케리 특사 중국 방문의 목적이 미중 관계 개선에 보다 무게가 실렸을 경우 미 고위 인사 연속 방중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일부 외교가에선 미국의 속내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에 시 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등을 방문해 양자회담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외교의 기본은 상호주의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미국 측 고위급을 잇달아 중국으로 보낼 경우 시 주석 방미의 명분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일부 외교 소식통은 풀이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유엔 총회나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채택될 ‘기후 선언’에 대해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매체 신민완보는 “케리 특사의 방중 주제는 기후협력이지만, 여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면서 “그의 2021년 두 차례 방중 후 중국과 미국 최고 지도자는 (2022년 11월)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합의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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