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암 극복에 동참”···국내서 ‘종양학’ 투자길 열렸다
‘켄드리엄 에쿼티스 엘 온콜로지 임팩트’에 재간접 투자
■2만5000종목 중 최종 55~85종목 선정
글로벌 자산운용사 켄드리엄(Candriam) 글로벌 테마 주식운용 헤드를 맡고 있는 루디 반 데 아인데 매니저는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이스트스프링글로벌온콜로지 펀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치료 혁신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암은 (인류에) 여전히 큰 난관”이라며 “정상적 기대수명 유지를 위해 보다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디 매니저는 그 수단 중 하나로 ‘켄드리엄 에쿼티스 엘 온콜로지 임팩트’ 펀드를 제시했다. 지난 2018년 11월 설정된 이 상품은 암 연구·진단·치료 분야 상장 주식을 담으며 지난 4월 28일 기준 수탁고는 20억5700만달러(약 2조7564억원)다.
켄드리엄 테마 주식 운용자산은 100억달러(약 12조6700억원) 이상인데, 이 중 40%가량이 헬스케어 관련이다. 특히 해당 펀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종양학 집중 투자 상품으로 파악되며, 헬스케어 주식운용만 25년 경력을 지닌 루디 매니저를 비롯해 생명공학·의학·약학 박사 학위를 가진 애널리스트들로 꾸려진 팀이 운용을 맡고 있다.
루디 매니저는 “운용팀은 환자 중심 관점으로 기업을 선별한다”며 “진단과 치료를 개선하는 서비스, 기술, 의약품, 도구를 개발하는 곳들이 투자 유니버스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종양학 테마의 ‘순도’가 운용 전략 핵심”이라며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50%가 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상향식(Bottom-Up)’ 투자 프로세스로 움직인다. 우선은 헬스케어 분야 2만5000개 종목 중 인공지능(AI) 검색 시스템을 통해 종양학 테마에 노출된 기업 500곳을 골라낸다. 이후 다시 임상 평가, 의학적 영향과 수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로 300종목을 추리고 경영진 자질, 사업 성장성, 금융비용 등 세부 기준을 거쳐 최종적으로 55~85개 종목을 포트폴리오로 꾸린다.
지역별로 따지면 미국이 63%로 가장 많다. 유럽(29%), 아시아(8%) 등이 뒤를 잇는다. 국내 상장주식은 없다. 섹터별로는 대형제약(38%), 바이오테크(31%), 생명과학기구&서비스(16%), 헬스케어 장비&공급(15%) 순이다. 상위 편입 종목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로슈, 리제네론, 지멘스, 홀로직,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다나허 등이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소개된 ‘이스트스프링글로벌온콜로지’ 펀드는 해당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 17일 설정됐고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등을 판매사로 잡았다. 채널은 향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제약사나 바이오테크 기업뿐 아니라 미래 수익(Early-Stage) 기업 주식도 20~30%가량 펀드에 담는다는 점이다.
김장호 이스프스프링운용 리테일영업본부장은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대형사와 함께 현재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기업들까지 투자 범위를 넓혀 놨다”며 “이 과정에서 신약 개발 시 경쟁품, 저작권과 특허 만료 시점 등을 정교하게 예측하고 임상 참여 의사들 의견을 인터뷰나 자문 형태로 수집해 기업가치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혹여 한 기업에 임상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 영향은 0.3~0.5% 수준”이라며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세심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디 매니저도 “지금까지 혁신적 대기업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소규모 신생기업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의약품 라이선싱(지적재산권 허가)이나 소규모 기업 인수를 통해 신제품 출시 가능성을 늘리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정했으며, 이는 수익성 높은 투자금 회수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꾸준한 인수합병(M&A)도 펀드 수익성을 높이는 요소다. 2018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항암제 전문 기업 테사로(Tesaro) 인수, 그 이듬해 머크가 어큘(Arqule)을 품었을 때도 펀드 수익률이 뛰었다. 올해 화이자가 시젠(Seagen)을 사들인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피투자펀드를 운용하는 켄드리엄은 비영리 암 연구기관에 해당 펀드 순 운용 수수료 최대 10%를 기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펀드 명칭 끝에 ‘임팩트’가 붙여있는 이유”라며 “투자 수익을 보면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수요가 있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 대표는 앞서 인사말에서 “건강한 노후는 전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그만큼 종양학은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암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지원하는 투자”라며 “재미와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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