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성 당원들, ‘낙지탕탕이 표현 자제’ 요구 대학생위원장에 “사퇴하라”

김윤나영 기자 2023. 7. 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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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민주당이 망하면 팬덤 정치 때문”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지난 14일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블루웨이브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새롭게 선보인 당원 온라인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서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이 강성 당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양 위원장이 블루웨이브 게시판에 ‘낙지탕탕이’ ‘똥파리’ ‘2찍’ ‘수박’ 등 혐오적 표현을 쓰지 말자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일부 당원들은 “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혐오 표현은 쓰지 말자고 제안하지 않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급기야는 양 위원장 사퇴와 제명 요구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 블루웨이브 게시판에는 19일 양 위원장을 비판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200여개 올라와 있다. 한 당원은 “(양 위원장은) 민주당을 위해 사퇴하시라”며 “당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학생 간부라니 말이 되나”라고 적었다. 다른 당원은 “당에 요청한다. 제명 처리해달라”고 적었다. 민주당이 지난 10일 개설한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만 글을 쓸 수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 14일 블루웨이브 게시판에 “블루웨이브 개설 이후 ‘낙지탕탕이’ ‘똥파리’ ‘2찍’ ‘수박’ 등의 혐오적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며 “당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상대에 대한 멸칭, 비하적 발언이 난무하는 커뮤니티가 된다면 국민이 바라볼 때 굉장히 부정적 인식을 가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낙지탕탕이’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똥파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 ‘2찍’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수박’은 겉은 민주당이고 속은 국민의힘 성향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다.

당원들은 이 글에 “‘2찍’은 멸칭이라 쓰지 말자 하고 ‘찢’이라는 당대표 혐오 말은 쏙 빼놓고 글을 썼는데 정확하나” “낙지탕탕이, 수박, 2찍, 똥파리는 보이면서 당대표님 멸칭은 안 보이나 봐? 선택적 분노가 꼭 누굴 닮았다”는 댓글들을 200여개 달았다. 양 위원장은 “저는 수박, 낙지라는 표현뿐만 아니라 찢과 같은 단어도 분명 멸칭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시 댓글을 달았다.

일부 당원은 양 위원장이 지난 5월 국회에서 대학생위원회 명의로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 끝에 탈당한 김남국 의원 비판 기자회견을 연 것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게시판에는 양 위원장이 당시 시·도당 대학생위원장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해 성명을 냈다면서 징계·처벌·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민주당은 명의도용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당원들의 소통 통로를 잘 마련하면 막말 행위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어서 의원들의 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추산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위원장도 지난 1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강성 팬덤에 대해 “그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누가 BTS의 아미를 손가락질하나. 그들도 아미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소통 통로를 만들어드리면 훨씬 건전한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민주당이 공들여 만든 새 온라인 당원 소통 게시판은 막말과 비하 발언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성 팬덤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온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망하면 팬덤 정치, 강성 당원에게 흔들리는 것 때문에 망할 것”이라며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대표가 저번에 그렇게 망했다”고 경고했다.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지난 14일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인 블루웨이브에 글을 올렸다. 블루웨이브 화면 갈무리
19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 처벌과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화면 갈무리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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