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피프티, 감당하기 어려운 기적은 비극이 되기도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7. 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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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데뷔 후 고작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입성, ‘BTS’보다도 빠른 진입 기록으로 수많은 K팝 팬을 놀라게 한 이들이 있다. 2021년 설립된 중소 기획사 소속으로 일명 ‘중소돌의 기적’이라 일컫는 현상의 주인공,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다. 단순히 입성에 그친 게 아니라 16주 이상 100위권 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괴물 신인’ 걸그룹의 탄생이라 보아도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피프티 피프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 시점에서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여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오늘을 보내는 중이다. 그들이 최적기(最適期)를 놓쳐 가면서까지, 데뷔 7개월여 만에 자신의 시작점이 되어준 소속사와 연을 끊으려는 이유는 세 가지다. 정산이 불투명하다는 것, 건강 관리에 관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그리고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여기까지는 최근 소속사와 소속 가수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해 온 유사한 소송 사례와 별다른 바 없다. 하지만 해당 사태는, 소속사가 현 상황에 이르게끔 ‘중상모략의 비난’과 ‘감언이설의 미화’를 해온 대상으로 ‘피프티 피프티’의 프로듀싱을 맡겼던 한 용역업체를 지목하면서 쟁점에 큰 변화를 맞이한다. 소속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신인 걸그룹이 놀라운 성적을 내자, 중간에서 용역업체가 더 큰 자본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기도록 현혹했고 이 현혹이 통하고 말아 지금의 사달이 났다는 이야기다.

이제 더 이상 소속사와 ‘피프티 피프티’간의 갈등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맥락의 논란인데, 이해가 얽혀 있는 판에 놓였으니 명확한 진실을 걸러내기란 더욱 쉽지 않겠다. 웬만해선 소속 가수의 손을 들어주곤 했던 기존 판결의 흐름도, 여기에선 해당되기 어렵지 않을까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갖가지 여론이 휘몰아치기 너무도 좋은 조건까지 갖췄다. 이제 남은 건 나날이 몸집을 불려 갈 부정적인 소음뿐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쪽은 누구일까. ‘피프티 피프티’다. 물론 실질적인 재정에 있어서 소속사가 이미 큰 피해를 보았고 볼 테지만 미래 가치까지 따진다면 ‘피프티 피프티’ 당사자들이 유력하다. 아무리 ‘큐피드’가 여전히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해도 이 곡의 성과 하나로 자신들이 유일무이한,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즉 스타성을 입증하기란 턱없이 부족하고 7개월이란 활동 기간 또한 짧기 그지없는 까닭이다.

활동이 여기서 더 지체된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곡은 순위에서, ‘피프티 피프티’는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질 게 자명한 사실이라 할까. 게다가 활동의 골든타임만 잃고 있는 게 아니다. 부정적인 소음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아이돌의 생명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자칫 회복 불능의 상태에 봉착할 수도 있는 상황, 그때에는 이들이 그룹명과 멤버들의 이름에 대해 상표권을 출원해 놓은 것도 아무 소용 없으리라.


이제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할 차례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런 진퇴양난의 장면에 자진하여 발을 들이게 했냐는 거다. 우선 소속사와 ‘피프티 피프티’가 사이에 용역업체를 끼고 관계를 맺었다는 부분을 꼽을 수 있겠다.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못했으니, 의견의 교류가 원활할 리 없고 자연스레 신뢰보다는 오해가 쌓일 여지가 많았을 터. 그리고 누구도 예상 못 한, 기대 이상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성공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졌다.

한 마디로 수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제대로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만큼 위험한 계기는 또 없다. 만약 이 틈에 주변의 신뢰할 만한 이가 현 소속사와의 관계에 작은 의문이라도 제기한다거나 현 소속사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회사가 치고 들어온다면, 더이상 관계를 유지할 이유를 찾지 못할 테다. 이렇게 ‘중소돌의 기적’은 ‘중소돌의 비극’이라는 반전의 드라마를 쓰게 된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추정해 보는 바다.

‘BTS’, 그러니까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이 더 익숙했던 데뷔 초창기 시절, 그들은 ‘빅뱅’을 롤모델로 꼽았다. 당시 국내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실력파 아이돌그룹이었으니, 신생 기획사에서 갓 태동한 ‘방탄소년단’에게 까마득한 높이의 목표였겠다. 하지만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방탄소년단’ 즉 ‘BTS’는 전 세계 대중문화에 그야말로 빅뱅을 일으키며 ‘빅뱅’이 미처 도달하지 못한 또 다른 까마득한 목표들을 석권했고 세계 최정상 보이그룹에 등극했다.

그들을 발굴한 소속사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또한 현재 수많은 레이블을 소유하며, 국내 굴지의 기획사 중 하나로 그 위치가 격상되었고. BTS의 거대한 성공은, 멤버들 각자의 재능과 노력은 물론이고 소속사와 협력하며 차분히 쌓아올린 시간과 작업들, 이러한 과정에서 나날이 심미적 완성도를 높여간 그룹 ‘BTS’의 정체성이 하늘의 운과 맞닿으며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신뢰 관계에 놓이지 못했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 BTS의 오늘이란 것.

‘피프티 피프티’가 맞닥뜨리고 있는 오늘이 두고두고 안타깝고 아쉬운 까닭이다. 아무리 좋은 곡도 좋은 퍼포먼스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쉽게 사장되고 마는 세계에서, 데뷔한 지 1년도 안 된 신인 걸그룹이 빌보드 메인 차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온 우주가 도운 것이라 보아도 될, 이 대대적인 성공은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 이룩될 수 없고 이룩될 것도 아니다. 협력의 결과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좀 더 지혜로운 방법으로 갈등을 풀어나갔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 처한 ‘원 히트 원더(히트곡 하나뿐인 가수)’의 위기만큼은 피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피프티 피프티’ 공식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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