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의 심장에 입성한 김민재, 진정한 월드클래스로 나아가다
프란츠 베켄바워, 게르트 뮐러, 로타어 마테우스, 올리버 칸. 세계를 주름잡았던 독일 축구의 전설들이 거쳐간 바이에른 뮌헨은 명실상부한 독일 축구의 심장이다. 오랜 기간 독일 분데스리가를 지배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르셀로나(스페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같은 명문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 ‘철기둥’ 김민재(26)가 드디어 입성했다. 그것도 당당한 주전으로, 역대급 대우를 받고서다.
뮌헨은 19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나폴리(이탈리아)와 김민재의 이적 협상을 끝냈다. 2028년까지 5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나폴리에서 달았던 등번호 3번도 그대로 가져간다.
2021년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입단으로 첫 유럽 입성에 성공한 뒤 불과 2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김민재는 페네르바체를 거쳐 지난해 이탈리아 세리에A의 나폴리로 이적, 나폴리가 33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주전 센터백으로 큰 활약을 했다. 시즌 후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에 뽑히며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고,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빅클럽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당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김민재를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중간에 끼어든 뮌헨이 적극적인 구애로 김민재를 가로채는데 성공했다. 김민재의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금액인 5000만 유로(약 710억원)도 기꺼이 지불했고 나폴리가 요구한 보너스 조항까지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민재의 이적료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1위다. 뮌헨 역사에서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민재는 지난해 나폴리로 이적하면서 첼시로 떠난 ‘나폴리의 왕’ 칼리두 쿨리발리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중책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번에 뮌헨으로 옮겨서는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대체해야 하는 도전을 받아들게 됐다. 뮌헨은 2019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8000만 유로(약 1135억원)를 주고 에르난데스를 데려왔다. 그런데 에르난데스는 이적 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으로 이적해 이강인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현지 반응은 김민재에 대해 긍정적이다. 독일 매체 ‘빌트’는 “바이아웃 조항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돌아왔다. 뮌헨은 그들의 입장을 고수했고, 이제 에르난데스를 잊게 할 사람이 뮌헨에 있다”고 환영했다. 또 다른 독일 매체인 ‘란’ 또한 “김민재는 경기장 안팎에서 뮌헨을 향상시킬 가장 완벽한 수비수다. 통계에 따르면 김민재는 여러 방면에서 뮌헨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뮌헨은 김민재 영입을 발표한 뒤 ‘김민재에 대한 7가지 사실’이라는 코너를 통해 스피드, 패스, 빌드업 능력, 태클, 제공권을 두루 갖춘 다재다능한 수비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공식 발표에서 김민재의 연봉이 언급된 적은 없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민재의 연봉은 최소 1000만 유로(약 142억원), 최대 1200만 유로(약 17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연봉이 세금을 제한 ‘세후 연봉’이라는 사실이다. 축구 클럽 재정 통계 매체인 카폴로지에 따르면 지난 시즌 뮌헨에서 세후 연봉이 가장 많았던 선수는 1166만 유로(약 165억원)의 마디오 사네였다. 최소치로 추산해도 뮌헨 내 센터백 중에서는 단연 1위다. 뮌헨이 김민재를 ‘월드클래스’로 대우함은 물론, 그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민재도 뮌헨 이적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김민재는 뮌헨 이적 후 구단을 통해 “바이에른 뮌헨은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이다. 여기서 새로운 시작에 기대가 크고, 계속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 가능한 많은 우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탈리아를 정복한 김민재가 이제 독일 정복도 노린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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