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혜택 전락 우려…"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 낮춰야"(종합)
최저임금 적용,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 시 월급 200만원
실효성 논란 이어져…"돈 많이 버는 계층만 사용할 것"
홍콩, 최저임금 별도 적용…"우리나라도 100만원이 적절"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의 도입이 절실하지만, 가장 피하고 싶은 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소위 고소득층만의 혜택이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낮춰야 한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9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시범사업을 앞둔 해당 정책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이번 토론회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이미 시행 중인 해외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 도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시범사업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 협약 위반을 감안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들이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일을 한다고 가정해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9620원을 적용하면 도우미가 받는 월급은 약 200만원 수준이다.
이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홍콩 사례에 대한 기조발표를 맡은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우려에 공감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낮추지 않으면 안착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홍콩은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 해소를 위해 여성의 노동시장을 독려하고자 지난 1973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했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수는 1990년 7만 335명에서 지난해 33만 8189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한 이후 0~5세 자녀를 가진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10~14%포인트 증가했다.
김 교수는 홍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저렴한 비용을 꼽았다. 홍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최저임금은 월 약 77만원으로, 홍콩 내 최저임금 제도와 별도로 책정된다. 그런데도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만족도는 높다. 김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홍콩 가사 노동자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 결과 약 40%가량이 직업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약 10% 미만이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 210만원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홍콩 사례를 보면)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높을수록 저학력 여성은 제도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월 100만원 수준은 되어야 중산층 가정(30대 여성 중위소득 320만원)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유학 경험이 있어 돌봄 영역에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있는 분들이 선호할 수 있겠다”며 “결국 비용 측면에서 고소득 사람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사도우미 이용 기준을 8시간처럼 장시간이 아닌 2~4시간으로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낮출 경우 자국민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육아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단 경고도 나왔다.
안현찬 서울연구원 양육행복도시연구그룹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도입되면 같은 영역에서 일하는 한국인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가 줄거나, 과잉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자국민 일자리 보호에 대해서도 염두해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낮출 시 양육 부분의 질 저하로 이어져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단 위험성도 제기됐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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