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당과 같은 당파적 집단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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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공정성을 유린했다.
MBC는 별도 법인이던 지방 제휴사 21개사 주식 51%를 인수해 계열사로 만들었을 뿐이다.
KBS와 달리 MBC에서 순혈주의가 강해진 배경이다.
강 교수는 "독보적인 동질성"이 MBC를 구조적 편향성이 매우 강한 집단으로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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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은 변곡점이다. 그해 단행된 언론통폐합 조치로 KBS는 TBC-TV, TBC 라디오, DBS, 전일방송, 서해방송, 대구FM 등을 흡수했다. 자연히 KBS는 다양한 조직 출신을 포괄했다. MBC는 별도 법인이던 지방 제휴사 21개사 주식 51%를 인수해 계열사로 만들었을 뿐이다. KBS와 달리 MBC에서 순혈주의가 강해진 배경이다. 강 교수는 "독보적인 동질성"이 MBC를 구조적 편향성이 매우 강한 집단으로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강 교수는 학자 이력 초기 '대통령과 여론조작', '권력과 언론', '김영삼 정부와 언론' 등 진보 성향이 짙은 학술서를 쏟아냈다. 방송노조도 적극 지지했다. 1990년엔 '한국 방송 민주화 운동사'를 썼다. 돌아보니 방송 민주화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강 교수는 누구 편도 들지 않는 중립이 방송 민주화의 요체라고 봤다. 방송노조는 이를 '기계적 중립'이라 폄하하면서 자신들의 편향성을 '선과 정의'라 강변했다. 강 교수가 보기에 그랬다는 얘기다.
이런 판단 때문인지 책에는 저자가 탄식하는 듯한 뉘앙스의 반문(反問)형 문장이 여럿 보인다. 가령 다음과 같은 식이다.
"공정성을 유린하는 MBC의 과도한 당파성을 지켜보는 게 더 괴로웠다. 이래도 되는 건가? 우리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단지 같은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걸 지지하거나 모르는 척 눈감아주어야 하는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밥그릇 싸움'인 게 분명함에도 그들은 자기들이 선과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굴지 않았던가? (…) 아! 나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아직도 1980년대에 살고 있는 건가?"
"남들 하는 대로 따라서 생각하거나 행동하면 편안하련만 굳이 두 거대 진영 중 그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소수파의 길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논객 시대'의 저자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은 "강 교수의 MBC 비판을 '변절'이라 말하는 사람은 '강준만 식 비평 활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과거 강 교수의 글이 '안티조선 운동'에 이론적 근거가 된 건 사실이나, '안티조선'과 '반(反)한나라당'을 목적으로 언론 운동을 하던 대다수와 달리 강 교수는 언론학자로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학자로서 가진 그의 언론관을 놓고 볼 때, (문재인) 정권의 나팔수가 된 MBC를 비판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회색지대 지식인
공저 등을 포함해 300여권의 책을 썼다. 주요 저서로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강남 좌파', '싸가지 없는 진보', '한류의 역사', '퇴마 정치', '정치 무당 김어준' 등이 있다. '신동아'에는 2021년 11월호부터 '강준만의 회색지대'를 쓰고 있다. '회색지대'라는 표현에는 진영논리의 덫을 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MBC의 흑역사' 역시 강 교수가 '신동아'에 5개월 간(2022년 12월호~2023년 4월호) 연재한 내용을 토대 삼아 4배로 늘려 쓴 책이다. 연재 당시 제목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MBC의 비극'이었다. 강 교수가 직접 정했다. 일부 언론학자들이 반박문을 쓰는 등 화제가 됐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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