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vs 제습기, 어떤 걸 써야 할까?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3. 7. 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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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됨에 따라 연일 폭염과 폭우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7월~9월 3개월 기상전망’에 따르면 올여름(7~8월)의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더운 날씨에 여름 대표 가전 제습기와 에어컨 판매량도 증가추세다. 제습기 대표 브랜드 위닉스는 지난달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178%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어컨 시장도 치열하다. 올해는 기존 스탠드형, 벽걸이형 에어컨에 더해 설치와 이동이 편리한 창문형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도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들며, 관련 업계는 올해 창문형 에어컨 예상 판매량을 약 70만대로 내다봤다.

무더운 여름,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 제습기와 에어컨. 닮은 듯 다른 두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더 효과적일까.

위닉스 ‘뽀송 제습기’
원리는 같지만 기능은 완전히 다른 제습기와 에어컨
제습기와 에어컨은 냉매를 순환시켜 더운 열기의 온도를 낮추는 ‘열 교환 기술’이 핵심이다. 덥고 습한 실내공기가 제품으로 들어가면 냉각기를 거쳐 차갑고 건조한 공기로 변한다. 공기 속 수분은 물로 바뀌고 건조함만 남은 공기는 응축기를 통해 따뜻한 공기로 배출되는 것이다.

제습기와 에어컨은 열교환기를 통해 차가워진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어디로 배출되는지에 따라 기능이 완전히 달라진다. 습도를 낮추는 목적의 제습기는 냉각기와 응축기가 제품 안에 위치하여 따뜻한 공기가 실내 공간으로 나오는 대신 빠른 제습이 가능하다. 에어컨의 경우 공기를 덥게 만드는 응축기가 실외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차가워진 공기는 실내에, 따뜻한 공기는 외부로 빠져나가며 실내 온도를 낮춰준다.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특정 공간의 습도를 낮추고 싶다면 제습기, 쾌적한 생활환경을 원한다면 에어컨
제습기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제습과 더불어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여름철 드레스룸, 팬트리, 알파룸, 화장실같이 곰팡이가 생기기 쉽거나 꿉꿉한 냄새가 걱정되는 공간에 제습기를 사용하면 빠르게 습도를 낮출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은 집안에 에어컨이 있더라도 바람이 도달하는데 한계가 있어 제습기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외출할 때 제습기를 틀어 놓는 것도 좋은 활용법이다. 온도가 높더라도 습도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쾌적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집에 돌아왔을 때 눅눅하거나 습기로 인한 불쾌함을 덜 수 있다.

한편, 사람이 주로 머물고 생활하는 공간은 제습기보다 에어컨 사용이 효과적이다. 제습기가 빠르게 습도를 낮춘다 하더라도, 기온 자체가 높은 한여름 무더위에 따뜻한 바람을 토출하는 제습기로 쾌적함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습기는 습도를 낮춰주는 역할이지, 냉방기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제습기와 에어컨 제습모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습기는 습도를 기준으로, 에어컨은 온도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희망습도를 설정할 수 있는 제습기와 다르게 에어컨 제습모드는 희망온도를 유지하며 습도가 높아지지 않게 하는 역할이다. 제습모드라 하더라도 제습기처럼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냉방모드와 동일하게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다만 일반적으로 에어컨 제습모드는 사용 시 바람 세기를 직접 설정할 수 없고 희망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풍량이 조절된다.

제습과 냉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에어컨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에어컨 제습모드를 사용하기 어렵다. 집의 구조 상 습도가 높거나, 특히 겨울철 결로로 인해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 계절과 상관 없이 습도 조절이 필요한 경우,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은 사용에 한계가 있다.

소비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에어컨은 전력 소모가 많기로 손꼽는 가전이다. 이에 반해 제습기는 에어컨 대비 소비전력이 훨씬 적다. 제습용량이나 인버터 유무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가정용 제습기 소비전력은 보통 250~300W 사이다.

의류건조는 제습기가 효과적
습도 높은 여름철, 골칫거리 중 하나가 빨래다. 잦은 비와 꿉꿉한 날씨로 금방 마르지 않을뿐더러, 마른 후에도 퀴퀴한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마르지 않는 빨래가 고민이라면 에어컨보다 제습기가 훨씬 도움이 된다. 세탁물 가까이에 제품을 두고 작동시키면 습한 공기를 흡입, 건조하고 따뜻한 바람을 다시 세탁물로 보내 빠른 건조를 도와준다. 샤워 후 머리를 찬바람보다 따뜻한 바람으로 말리면 더 빠르게 마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의류건조 모드를 별도로 탑재한 제습기도 늘고 있다. 위닉스 관계자는 “토출구가 자동으로 스윙하며 구석구석 바람을 보내 빠르고 고른 건조가 가능한 의류건조 기능이나 제습기에 결착하여 신발이나 신발장, 옷장, 서랍 등 좁은 공간을 건조할 수 있는 집중 건조 키트 등 제습기의 사용목적에 따라 다양한 부가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제습기와 에어컨,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에어컨과 제습기를 함께 사용하면 빨리 시원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그렇게 사용한다는 소비자 사용 후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에어컨과 제습기는 함께 사용하면 효율이 저하된다. 습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진 몰라도 제습기의 따뜻한 바람 때문에 에어컨 단독 사용 대비 실내 온도가 내려가는 속도가 더뎌진다. 이에 따른 전력 소모도 늘어 오히려 전기세 부담이 될 수 있다.

에어컨 냉방 모드보다 제습 모드 일 때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냉방 모드와 제습 모드가 작동하는 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에 특정 모드가 전기를 절약한다는 말은 맞지 않으며 에어컨을 사용하는 환경이나 가동시간이 전기세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희망온도에 도달하면 절전모드를 활용하는 것이 전기세 절약에 효과적이다.

제습기와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제습기에서 토출되는 건조한 바람을 서큘레이터가 멀리 보내 공기를 순환시켜주기 때문에 더욱 빠른 제습이 가능하다. 거실에 머무르는 동안 에어컨으로 온도를 낮추고, 안방은 제습기로 실내 습도를 낮추거나 반대로 방에서 수면을 취하는 동안 거실에 제습기를 가동해 습도를 낮추면 더욱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

한편 사람이 있는 공간에 제습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낭설이다. 다만, 따뜻한 바람을 오랜 시간 동안 직접적으로 쐬는 경우 피부나 안구가 건조해질 수 있고, 환기시키지 않은 공간에 오래 머무는 경우 공기 중 떠다니는 먼지가 호흡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제습기를 구매할 때는 제습 면적과 제습능력, 제습 효율을 모두 살펴야 한다. 주로 사용하고자 하는 공간 크기, 하루 동안 몇 리터 제습이 필요한지 고려하면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

제습 효율은 ‘1kWh의 전력을 사용하여 습기를 몇 리터나 줄일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숫자다. 숫자가 클수록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습기를 제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너지공단 효율등급 제도에 등록된 국내 유통 제습기 중 제습 효율이 가장 높은 제품은 위닉스 뽀송 17L로 3.41L/kWh이며,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은 모두 2.5L/kWh 이상의 제습 효율을 가지고 있다.

전력 소모량이 높은 에어컨의 경우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인버터를 탑재한 에어컨의 경우 실내 온도에 맞춰 자동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여 작동하기 때문에 전기세가 부담스러운 요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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