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외교 주역’ 키신저, 미 제재 받는 중국 국방부장 만났다
군사대화 재개 발판 놓을지 주목
미 국무부 “정부 대표 자격 아냐”
올해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4년만에 중국을 깜짝 방문해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을 만났다. 미·중 대화 기류 속에서도 중국이 리 부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을 이유로 군사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1970년대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열었던 ‘핑퐁 외교’의 주역 키신저 전 장관이 그를 만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인민일보는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 전 장관이 전날 베이징에서 리 부장을 만났다고 19일 보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나는 이번에 중국의 친구로서 방문했다”며 “미·중 양측은 오해를 풀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대립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군은 소통을 강화해 양국 관계 발전에 긍정적 성과를 만들고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9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100세를 맞은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1년 비밀 방중으로 미·중 수교의 발판을 만든 인물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오랜 친구’로 인식된다.
4년만에 중국을 찾은 그가 리 부장을 만난 것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진다. 리 부장은 2018년 러시아 무기 불법 구매 등을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 고위급 인사의 잇단 방중으로 각 분야에서 미·중간 대화가 재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리 부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국방장관 회담 등 군사 대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리 부장은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과 마주 보지 않은 결과 중·미 관계는 밑바닥을 오가고 있다”며 “양국이 상호 의존하는 현실이 경시되고 협력과 호혜의 역사가 곡해되며 우호 소통의 분위기가 파괴됐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리 부장이 미국에 대해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 군사 대화 재개 등을 위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가 중국 정부의 군사 분야 소통의 전제 조건이었던 만큼 이 경우 양국 군사 분야 고위급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키신저 전 장관 방중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가 어떤 대화를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 방중 당시 중국 관리들로부터 키신저 전 장관의 방중 계획을 들었다고 설명하며 “그는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의지로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어느 시점에 (미국) 관리들에게 자신의 대화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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