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부작용 vs 20년만에 증상 지연…반쪽 치매 신약, 한계와 기대

안정준 기자 2023. 7. 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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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을 통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서막이 열렸다. 미국에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신약 '레카네맙'이 허가된데 이어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도 레카네맙 못지 않은 임상 결과를 내놨다. 정복이 불가능한 질환으로 여겨졌던 치매 질환 영역에서 두 신약이 창출할 시장 규모는 6조원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는 말도 나온다. 두 약 모두 초기 치매 환자에게서만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임상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투약 후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완치가 아닌 '치매 진행 지연'에 머문다. 때문에 의료계에선 두 신약의 등장이 '치매 종말'이 아닌 '종말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라이릴리의 존 심스 박사팀은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도나네맙이 위약군 대비 치매 환자의 인지력 저하를 35% 늦췄다는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75세 이상 환자들에게서는 최대 29% 인지 저하가 지연됐으며 75세 미만일 경우엔 최대 48%였다.

이 같은 소식에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치매를 정복할 또 하나의 신약 탄생이 임박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도나네맙의 인지 저하 지연효과가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허가를 받은 레카네맙과 비교해 오히려 높아 도나네맙 역시 허가가 유력해져서다. 레카네맙은 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력 저하를 27% 늦춘다는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 최종 허가를 받았다.

두 신약의 기전은 비슷하다.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에 작용하는 방식으로 인지 저하를 늦춘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단백질로 꼽힌다. 이 단백질이 찌꺼기(플라크) 형태로 뇌 안에서 침착하면 치매가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두 치료제 모두 이 같은 찌꺼기를 제거하거나 생성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기전이다. 지금까지 나온 치매 약이 증상을 억제하는 쪽에 가까웠다면 두 치료제는 증상의 원인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지금까지 사실상 통제 불가능 영역이던 치매가 혁신적 기전으로 관리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두 신약이 창출할 시장효과는 막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밴티지'에 따르면 5년 뒤인 2028년 레카네맙의 예상 매출액은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도나네맙의 추청 매출액은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였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두 신약의 한계도 분명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선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의 치료 대상은 사실상 초기 경증 환자로 국한된다. 두 신약 모두 치매 초기 환자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다. 증상이 악화돼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들은 치료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길 라비노비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 교수는 미국의학협회지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도나네맙은 초기 단계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진행성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가 치료 대상이기 때문에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한 양전자단층촬영(PET)은 가격이 비싸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국내에선 관련 검사 비용이 100만원을 넘는다. 약값 자체도 비싸다. 레켐비의 1년 투약 비용은 2만6500달러로 우리돈 약 3500만원에 육박한다. 미국에선 보험을 적용해도 1년 약값은 900만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왔다. 아직 허가 전인 도나네맙의 약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레켐비에 못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진단과 투약 모두 가격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지만 투약 효과가 그만큼 높냐는 점에서도 일각에선 의문이 제기된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카네맙이 인지력 저하를 27% 늦춘다는 임상 결과 관련, "유럽에서는 27% 효능에 대해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레카네맙이 위약 대비 인지력 저하를 27% 낮춘다는 효과는 임상 투약 18개월 후 얻은 결과인데 이는 18개월간 5개월 정도 병의 진행을 늦춘 수준이다. 워싱턴대 신경학자 조이 스나이더 박사는 "약을 투여하면 환자가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더 운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두 신약은 치매 완치가 아닌, 진행 지연을 위한 약이라는게 의료계 공통된 의견이다.

부작용 문제도 있다. 레카네맙의 경우 투약자의 13%에서 뇌부종, 혹은 뇌출혈이 발생했고 도나네맙은 투약자의 24%가 뇌부종이나 뇌출혈을 겪었다. 두 신약 모두 임상 과정에서 관련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경구용 의약품에서 뇌부종이나 뇌출혈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허가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모두 정맥 주사를 통해 투약하는 방식이다.

의료계에선 두 약의 등장이 '치매의 종말'이 아닌 '치매 종말의 시작'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리처드 오클리 영국 알츠하이머 협회 연구 부국장은 "알츠하이머 치매 종말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 of Alzheimer's disease)이 될 것"이라며 "20여년 간 알츠하이머 신약이 없었지만 두 신약은 처음으로 이 질병의 진행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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