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술 곁들인 음악·300명 칸타타…국립극장 새 시즌 프로그램

2023∼2024 시즌 60편 공연…"공연 횟수 10∼20% 늘릴 것"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 '세종의 노래'…해오름극장 식당·북카페 운영

국립극장 2023-2024 레퍼토리 시즌 간담회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국립극장이 전통술을 곁들인 음악, 300명의 예술인이 만드는 대규모 기획공연 등 전통에 새로움을 더한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선보일 2023-2024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새 시즌에는 신작 24편, 레퍼토리 작품 9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공연 13편 등 총 60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신작 중에서는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선조처럼 우리 음악에 전통술을 곁들인 야외 음악회 '애주가',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3개 단체를 비롯해 서양 오케스트라까지 300명의 출연진이 선사하는 기획공연 '세종의 노래' 등 전통에 새로움을 더한 작품이 눈에 띈다.

'애주가'(2024년 6월 1∼2일)는 지난 시즌 로봇 지휘로 화제가 됐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작이다. 푸르른 남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야외광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으로 전통술과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다.

여미순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직무대리는 "전통음악과 전통주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면서 현대적으로 발전해나간다는 점이 닮아있다는 데서 시작하게 됐다"며 "다른 연주회와 달리 긴장감을 풀어놓고 관객과 같이하는 공연으로 파격적인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는데 기발한 것들이 나오고 있다. 어제는 연주자도 관객과 술을 마시며 흥을 먼저 느끼고, 긴장감을 풀고 연주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아마 관객들도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의 노래'(12월 29∼31일)는 국립극장의 남산 이전 4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공연으로, 세종이 훈민정음을 백성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직접 쓴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국립극장은 1950년 서울 태평로에 처음 자리 잡았다가 대구, 서울 명동을 거쳐 1973년 10월 남산 장충동으로 터를 옮겼다.

박인건 극장장은 "'세종의 노래'는 칸타타 형식으로 무용, 합창도 들어간다. 서양악기와 국악기가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될 것"이라며 "사회가 분열돼 있는데, 세종이 강조한 민심의 화합을 주제로 한다"고 말했다.

두 작품 외에도 국립창극단은 판소리와 무속음악, 한지와 종이접기가 어우러진 박칼린 연출의 '만신: 페이퍼 샤먼'(2024년 6월 26∼30일), 국립무용단은 티베트의 불교 경전에서 영감을 받은 '사자(死者)의 서(書)'(2024년 4월 25∼27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관현악의 기원'(11월 26일)을 새롭게 선보인다.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 레퍼토리 '심청가'(9월 26일∼10월 1일), '패왕별희'(11월 11∼18일), '리어'(2024년 3월 29일∼4월 7일), '묵향'(12월 14∼17일)도 무대에 오른다. '묵향'은 이번이 25번째 공연이다.

또 장애·비장애인 예술가가 창의적으로 협업해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합★체'(9월 14∼17일),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12월 6∼10일), 음악회 '2024 함께, 봄'(2024년 4월 13일), 여성 농인 배우가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연극 '맥베스'(2024년 6월 13∼16일)와 해외초청작인 밀로 라우의 연극 '에브리우먼'(2024년 5월 10∼12일) 등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2023-2024 레퍼토리 시즌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밖에도 국립무용단이 지난 3년간 이어온 '홀춤' 시리즈를 집대성한 '온춤'(9월 1∼3일),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받은 안무 '몽유도원무'(2024년 6월 28·30일) 등이 공연된다.

국립극장은 새 시즌에 공연 횟수도 늘릴 계획이다.

박인건 극장장은 "제작 극장이다 보니 (무대) 셋업이나 연습 등으로 공연 횟수가 상당히 적었다"며 "공연 횟수를 과거보다 10∼20% 늘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오름극장은 메인 극장임에도 공연 횟수가 한해 110회밖에 되지 않았다. 이걸 올해 50회 정도 늘렸다"며 "해오름극장은 국립극장의 위상에 걸맞게 공연 횟수를 앞으로 200회 정도로 늘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극장은 남산 초입에 위치한 극장의 관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편의시설 확충 및 부대행사 확대도 추진한다.

해오름극장에는 샐러드와 브런치 등을 판매하는 식당과 예술 서적을 볼 수 있는 북라운지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봄과 가을에는 매주 토요일 해오름극장 앞 광장에서 문화시장을 연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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