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체할까”…세계 첫 ‘로봇 파일럿’ 개발한 카이스트 연구진

이정호 기자 2023. 7. 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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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연구진, 인간 닮은 로봇 조종사 개발
인공지능 탑재…챗GPT 활용해 비행능력 익혀
사람보다 긴급 상황 대처하는 속도 빨라
시뮬레이션 시험 성공…실제 비행기 탑승 예정
카이스트 심현철 교수팀이 19일 공개한 로봇 조종사 ‘파이봇’의 모습.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인간 조종사처럼 비행기를 운항할 수 있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심현철 교수팀이 19일 공개한 로봇 조종사 ‘파이봇’이 조종석에서 각종 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로봇이 자신의 팔을 전방의 전자기기를 향해 쭉 뻗는다. 팔 끝에 달린 손이 전자기기에 닿기 직전, 손가락 5개 가운데 1개를 곧게 세워 버튼을 정확히 누른다. 그러자 전자기기 화면이 켜지며 온갖 글씨가 표시되기 시작한다.

로봇은 이번엔 조종간을 향해 팔 방향을 바꾼다. 조종간에 로봇손이 접촉하자 진짜 사람처럼 손가락 5개로 조종간을 움켜쥔다. 그러더니 조종간을 좌우로 움직이며 영락없이 ‘인간 조종사’ 같은 역할을 한다.

심현철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이 장면은 심현철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팀이 최근 개발해 19일 공개한 휴머노이드 파일럿 ‘파이봇’의 모습이다. 휴머노이드는 몸통과 팔·다리를 갖춰 기본 형태가 사람과 유사한 로봇을 뜻한다. 로봇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술이 등장한 건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파이봇은 인식 방법과 행동이 인간 조종사와 빼닮았다. 파이봇 내부에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됐다. 심 교수는 “파이봇은 조종 매뉴얼을 컴퓨터 파일 등의 형태로 읽고 이해한 뒤 조종석에 앉아 비행기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조종할 때에는 몸에 달린 카메라와 팔·다리를 이용한다. 파이봇은 키 165㎝, 몸무게는 65㎏이다. 심 교수는 “파이봇을 조종석에 앉히기 위해 비행기를 따로 개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도 많은 비행기에 자동비행장치(오토 파일럿)가 장착돼 있지만, 파이봇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동비행장치는 비행기 컴퓨터 안에 소프트웨어 등의 형태로 내장돼 있고, 인간 조종사가 직접 켜야 작동한다.

자동비행장치는 인간을 보조해 순항과 착륙만 할 수 있다. 이륙은 인간 조종사가 직접 해야 한다. 특히 자동비행장치는 비행 중 기상 악화 같은 돌발 상황에 알아서 대처할 수 없다.

그러나 파이봇은 다르다. 인간 조종사가 해야 할 일을 감당하는 것은 물론 지금보다 조종의 안전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심 교수는 “현재 파이봇은 비행 조종 시뮬레이터에서 항공기 시동, 지상 이동, 이·착륙, 순항 등의 모든 과정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파이봇은 조만간 실제 경비행기를 조종하는 시험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파이봇은 비행 중 긴급 상황에 스스로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는 생성형 AI인 ‘챗GPT’를 이용한다. 항공기 조작 매뉴얼과 비상 대처 절차를 담은 자료를 챗GPT 내에서 사고 발생 즉시 뽑아내 가장 안전한 비행경로를 찾아낸다. 인간 조종사보다 대처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심 교수는 군용기 기준으로 5년 안팎이면 실용화에 근접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민간 항공기의 경우 규정 정비로 인해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 교수는 “이번 로봇은 조종실에 같이 탄 인간 조종사는 물론 관제탑과도 비행 상황과 관련해 대화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향후 지상 이동수단을 운행하는 데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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