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건 극장장 "문턱 낮춘 국립극장 변화 지켜봐 달라"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올해는 국립극장이 남산 이주 5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해오름극장을 중심으로 공연 횟수를 늘리고, 북카페 등을 만들어 공간을 더 개방하는 등 더욱 문턱을 낮추겠습니다. 국립극장의 변화를 지켜봐 주십시오"(박인건 국립극장장)
국립극장이 19일 서울 광화문 웨스틴 조선에서기자간담회를 갖고 2023-2024 시즌(2023년 9월1일~2024년 6월30일) 304일간 신작 24편, 레퍼토리 9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3편 등 6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박인건 극장장은 "제가 국립극장장으로 온 지 4개월 가량 됐는데,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관객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극장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에서 무대부터 직접 제작하는 극장은 국립극장 밖에 없다"며 "제작극장이다보니 무대 셋업과 연습 등에 욕심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공연횟수가 적어 향후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국립극장은 이번 시즌 창의적 협업의 중심지로서 국내외 예술 단체들과 함께 문화적 포용성·다양성을 실현하고 열린 문화공간으로 변화,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한다.
개막작 관현악시리즈Ⅰ'디스커버리'…'세종의 노래' 주목
개막작은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Ⅰ'디스커버리'(2023년 9월1일)다. 여자경 지휘자의 시선으로 국악관현악 명곡을 새롭게 탐미하는 무대다.
국립극장이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세종의 노래'(2023년 12월 29~31일)는 국내외 예술단체 협업을 위한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박 극장장의 포부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분야별 국립예술단체의 태동과 한국 공연예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공연으로, 각 분야 최고의 거장인 연출가 손진책, 작곡가 박범훈, 안무가 국수호가 의기투합한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백성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직접 쓴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한 이번 공연에는 3개 전속단체를 포함해 150인조 합창단과 서양 오케스트라까지 300여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오른다.
창극단 '심청가'부터 관현악단 '애주가'까지…흥미진진 공연
연출가 손진책과 대명창 안숙선이 완성한 '심청가'는 격조 높은 판소리의 멋과 정제된 무대미술의 조화를 보여준다. 손 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경극과 소리에 우주를 담아내는 창극이 만난 '패왕별희'는 웅장한 대서사시를 선사한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창극 '리어'는 배삼식의 극본에 한승석과 정재일의 음악, 정영두의 연출이 더해져 깊은 여운을 전한다.
2013년 초연 후 국내외의 찬사를 받은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2023년 12월14~17일)은 25번째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4년만에 돌아오는 이번 작품은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수묵화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국립무용단 전 예술감독 윤성주가 안무하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했다.
다채로운 소재와 독창적인 형식의 신작도 눈길을 끈다.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 페이퍼 샤먼'(2024년 6월26~30일)은 무녀의 삶을 통해 인간사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판소리와 무속음악, 한지와 종이접기가 어우러져 한국적 미학의 정수를 관통한다. 음악감독·연출가·배우로 활동하는 박칼린이 연출하고,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한다.
창극단 유은선 예술감독은 "그동한 해온 작품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신작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와 함께 극단의 콘텐츠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 콘텐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2024년 4월25~27일)는 김종덕 신임 예술감독이 취임 후 선보이는 첫 안무작이다.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망자의 시선으로 의식과 상념을 건너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춤으로 빚어내며,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립무용단 김종덕 예술감독은 "우수한 작품들을 통해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공공적 역할에 나설 것"이라며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틀을 깬 형태의 공연으로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간다. 관현악시리즈Ⅱ '관현악의 기원'(2023년 11월26일)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뛰어넘은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이다. 장소 기반 퍼포먼스와 전시를 선보여 온 서현석이 연출한다.
관현악시리즈Ⅲ '한국의 숨결'(2024년 3월29일)은 한국적 색채의 합창곡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무대다. '시조'와 '칸타타'를 결합한 이영조의 '시조 칸타타', 시대의 석학 이어령이 조감한 우리 민족 이야기를 가사로 품은 '천년의 노래, REBIRTH'를 들려준다. 야외 음악회 '애주가(愛酒歌)'(2024년 6월1~2일)는 우리 음악과 전통 술이 함께하는 색다른 시간이다.
3개 전속단체 레퍼토리, 세계 무대 진출
국립무용단 '묵향'은 국내 공연에 앞서 캐나다 오타와 국립예술센터(2023년 10월 10일)와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2023년 10월 18일)에서 해외 관객과 만난다.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과 한국·미국 동맹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공연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국·카자흐스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진행되는 '한국·카자흐스탄 전통문화축제'(2023년 9월 23일)에서 우리 음악의 매력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장벽 없는 극장을 위한 무대도 이어간다. 장애·비장애인 예술가가 창의적인 협업을 이루는 무대가 준비돼있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합★체'(2023년 9월14~17일),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2023년 12월6~10일)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한다.
해오름극장 로비 전면 개방…2층엔 북라운지
특히 대극장인 해오름극장 로비 공간이 공연 감상의 시작점으로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예술적 감성을 충전하는 장소가 되도록 새롭게 정비한다. 오는 8월 해오름극장 지층에는 샐러드와 브런치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들어선다. 공연이 없어도 방문객이 언제든 해오름극장 로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하고, 2층 로비는 예술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북 라운지'로 변화한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서 많은 이들의 일상에 함께 하기 위해 대중 친화적 행사도 다채롭게 개최한다.
봄·가을 매주 토요일에는 해오름극장 앞 문화광장에서 각양각색 문화시장을 만날 수 있다. 친환경 농작물 시장과 음악 공연이 결합한 '아트 인 마르쉐'가 계속되며, 식물 마켓과 공연이 함께하는 '아트 인 가든', 도서 시장을 중심으로 토크 콘서트와 야외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아트 인 북스', '천하제일탈공작소'에게 다양한 지역 탈춤을 배우는 '아트 인 탈춤'이 새롭게 열린다.
박인건 극장장은 "취임 후, 국립극장이 제작극장으로서 탄탄한 시스템과 예술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고,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이 계속 성장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와 동시에 많은 분이 일상에서 친근하게 국립극장을 찾고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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