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이 벌이는 기막힌 해양 ‘밀수’…시원한 수중판 ‘베테랑’ 탄생

2023. 7. 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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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염정아 해양범죄 활극
옷부터 음악까지 70년대 그대로
긴장감 넘치는 수중 액션 ‘백미’
명품 배우들 찰떡 케미도 볼거리
[NEW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눈동자. 구름 속 태양은 아니겠지요.”

1970년대 중반 작은 어촌 군천 앞바다. 가수 최헌의 ‘앵두’의 노래와 함께 해녀들이 바다로 뛰어든다. 거침없이 물밑으로 들어간 해녀들은 전복을 대거 가지고 올라온다. 그러나 모두 썩어 있거나 죽어 있다. 근처에 세워진 화학 공장 탓이다.

영화계의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영화 ‘밀수’로 돌아왔다. 영화 ‘모가디슈’ 이후 2년 만이다. 이번엔 여성 투톱 주연의 해양범죄 활극이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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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흔치 않은 소재인 해녀와 밀수를 엮었다. 화학 공장의 영향으로 일반적인 물질로 먹고 살기 어려워진 해녀들이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져 생계를 이어간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악명이 자자한 밀수업자 등이 합세하면서 밀수판이 커진다. 영화는 1960~70년대 서해안에서 여성들이 실제로 밀수에 가담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70년대에 생필품을 밀수하는 환경이 흥미로웠다”며 “지금 너무 흔하게 보는 바셀린, 과자, 청바지를 밀수하는 것이 범죄가 되던 시절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70년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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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는 70년대 시대상을 그대로 담았다. 한복을 입은 여사장이 다방을 운영하는 모습부터 동네 사모님들이 값비싼 밀수품으로 치장하는 모습까지 각종 디테일로 그 시대를 고스란히 재연했다. 특히 패션 스타일이 압권이다. 70년대 특유의 복고 감성이 입혀진 화려한 의상들은 오히려 힙하고 패셔너블해 보인다. 최헌의 ‘앵두’부터 김추자의 ‘무인도’까지 70년대를 풍미한 음악도 복고 감성을 극대화한다.

배우들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완벽히 변신해 찰떡 케미를 자랑한다. 김혜수는 거친 밀수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밀수업자 조춘자로, 염정아는 책임감과 의리로 무장한 해녀 엄진숙으로 분했다. 두 배우는 여성 투톱 영화에 대한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주도적으로 스토리를 이끈다.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로 변신한 조인성은 악덕하게 나오지만 밉지 않다. 박정민은 해녀들의 잡일 담당에서 밀수 선장으로 신분 상승하는 장도리를 맡았다. 가장 비열하고 입체적인 인물인데 영화 내내 웃음까지 전담한다. 여기에 남몰래 해녀들을 돕는 다방 주인 고옥분(고민시)도 합세해 웃음보를 자극한다. 세관 계장 이장춘을 맡은 김종수도 후반부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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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백미는 단연 수중 액션이다. 류 감독이 ‘베테랑’에서 지상의 액션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물 아래에서 짜릿한 수중 액션을 펼친다. 수중판 ‘베테랑’인 셈이다. 물안경만 쓴 해녀들과 산소통과 칼을 쥔 밀수 패거리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벌인다. 해녀들은 무기 하나 없지만 수중 환경의 이점을 맘껏 활용해 공격에 나선다. 물 속인 만큼 지상 액션에 비해 타격감은 낮지만 긴장감은 최고조다. 수중에서 해녀들이 밀수 상자를 끌어올리고 해녀들끼리 바톤 터치하는 모습은 시원함을 더해 청량감까지 선사한다.

류 감독은 “땅 위에서 벌어지는 격투는 중력의 한계가 있는데 반해 물 속에선 수평 움직임 뿐만 아니라 수직 움직임까지 동작을 크게 쓸 수 있겠다 싶었다”며 “해녀들이 자신들이 유리한 환경에서 격투 액션을 펼치면 새로운 액션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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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이번 촬영을 위해 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수중 훈련에 돌입했다. 영화 ‘도둑들’의 수중 촬영 당시 공황장애를 겪었던 김혜수도,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던 염정아도 3개월 만에 전문 해녀로 거듭났다. 김혜수는 수중 촬영 도중 이마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혜수는 “영화엔 담기진 않았지만, 물 아래에서 작업할 때 배우들끼리 눈빛으로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며 하나가 되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했다”며 “작업 자체도 즐거웠지만 예상하지 못한 첫 경험이 많은 현장이어서 굉장히 소중했다”고 되돌아봤다.

26일 개봉. 129분. 15세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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