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김혜수 "수중 공황상태, 동료들 에너지로 극복…신기한 경험"[인터뷰]②
김혜수는 영화 ‘밀수’의 개봉을 앞두고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밀수’는 1970년대 바다를 낀 가상의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밀수판이 펼쳐지며 벌어지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천만 영화 ‘베테랑’으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팬데믹 시기 호평을 휩쓴 전작 ‘모가디슈’ 이후 내놓은 신작. 국내를 대표하는 흥행 영화사 외유내강이 제작하고, 김혜수와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스크린과 OTT, TV를 종횡무진하는 화려한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여기에 올해 초 일찌감치 개봉일을 7월 26일로 확정, 여름 성수기 개봉하는 한국 영화 ‘빅4’(‘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 첫 타자로 극장가를 공략할 예정이다. ‘밀수’는 특히 상업 활극 영화에 이례적으로 김혜수, 염정아 여성 투톱 주연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김혜수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없던 길도 개척하는 억척스럽고 상스러운 여자 ‘조춘자’로 열연을 펼쳤다. 극 중 해녀인 조춘자를 연기하기 위해 영화 ‘도둑들’ 촬영 이후 생긴 물 속에서의 공황상태를 딛고 수중 액션 촬영에 도전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슈룹’, ‘소년재판’ 등 최근 작품에서 강인하고 심지가 굳은 캐릭터를 맡아왔던 김혜수는 ‘조춘자’란 인물을 통해 ‘도둑들’, ‘타짜’ 이후 오랜만에 반가운 팜파탈 캐릭터로 변신해 반가움을 자아냈다.
김혜수는 “사실 원래의 저는 물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수중 레저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었는데 ‘도둑들’ 때 처음 공황상태를 경험해봐서 저도 모르게 힘들고 놀랐다”며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공황이 온다더라. 당시 수심은 깊지 않은 상태였는데 물 속에 잠긴 자동차 안에서 수갑을 차고 있었다. 걱정도 안했던 대목에서 무서움을 느껴 정말 이상했다”고 처음 공황장애를 깨달았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밀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물 속에서의 촬영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 어떡하지 싶었다. 처음 염정아 씨와 감독님과 셋이서 미팅을 했는데, 감독님이 해녀들의 영상을 보여주셨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공황이 오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솔직히 말씀드렸다”고 떠올렸다.
함께 연기한 염정아도 처음엔 수영도 못하고 물을 무서워했었다고. 김혜수는 “해녀 배역들이 3개월 전 미리 수중 훈련을 받을 동안 난 ‘소년심판’을 촬영해서 일정이 안 나왔다. 훈련을 안 가서 좋았지만, 이래도 되나 싶었고 불안했다”며 “삼척에서 한 달 동안 촬영을 진행했는데 수조세트에서 촬영 준비를 하며 물을 보니 다시 컨이션이 안 좋아져서 큰일났구나 싶었다”고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를 딛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던 건 체계적이고 철저히 준비된 현장, 동료 배우들의 뜨거운 에너지 덕분이었다고. 김혜수는 “함께 해녀로 연기한 김재화 씨부터 물에 들어갔는데 너무 잘했다. 정말 대단하더라. 좋은 의미로 놀라서 박수를 쳤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무서운 상태에서 풀려나는 신기한 경험을 겪었다”며 “감독님 역시 촬영 과정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고,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처럼 공황상태를 경험하지 않고 물을 다시 좋아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저로선 놀라운 경험”이라며 “주변 배우들의 에너지와 열정을 보면서 제가 따라간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준비 과정까지 모든 게 다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밀수’는 26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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