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밀수', 女투톱물 단정 NO…인간군상 녹인 캐릭터물" [인터뷰]①

김보영 2023. 7. 1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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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배경 가장 좋아해, 해녀들의 '밀수'에 관심"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밀수’는 그 시대의 인간군상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의 총체적 향연이 녹은 작품이라 생각해요. 단순히 여성이 투톱 주연을 맡은 영화라서 의미가 있다고 규정짓고 싶은 생각은 사실 없어요.”

김혜수는 영화 ‘밀수’의 개봉을 앞두고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밀수’는 1970년대 바다를 낀 가상의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밀수판이 펼쳐지며 벌어지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천만 영화 ‘베테랑’으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팬데믹 시기 호평을 휩쓴 전작 ‘모가디슈’ 이후 내놓은 신작. 국내를 대표하는 흥행 영화사 외유내강이 제작하고, 김혜수와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스크린과 OTT, TV를 종횡무진하는 화려한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여기에 올해 초 일찌감치 개봉일을 7월 26일로 확정, 여름 성수기 개봉하는 한국 영화 ‘빅4’(‘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 첫 타자로 극장가를 공략할 예정이다. ‘밀수’는 특히 상업 활극 영화에 이례적으로 김혜수, 염정아 여성 투톱 주연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김혜수는 먼저 “‘국가부도의 날’ 이후 기자분들과 함께 같은 곳에서 영화를 보고 생각을 나눈 자리가 오랜만이었다. IMAX로 내 작품을 본 것도 처음이라 신기하더라”고 시사회 소감을 전했다.

‘밀수’는 김혜수가 류승완 감독의 아내이자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로부터 시나리오를 제안 받아 성사된 작품이다. 김혜수는 “1970년대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시대가 배경인데 해녀들이 밀수를 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며 “대본 속 캐릭터들에 그 시대의 인간군상과 관계들이 녹아 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 출연계기를 털어놨다.

김혜수는 극 중 돈이 되는 일이라면 없던 길도 개척하는 억척스럽고 상스러운 여자 ‘조춘자’로 열연을 펼쳤다. 해녀 출신 조춘자를 연기하기 위해 영화 ‘도둑들’ 촬영 이후 생긴 물 속에서의 공황장애를 딛고 수중 액션 촬영에 도전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슈룹’, ‘소년재판’ 등 최근 작품에서 강인하고 심지가 굳은 캐릭터를 맡아왔던 김혜수는 ‘조춘자’란 인물을 통해 ‘도둑들’, ‘타짜’ 이후 오랜만에 반가운 팜파탈 캐릭터로 변신해 반가움을 자아냈다.

류승완 감독은 ‘밀수’ 속 1970년대 배경을 고증하는 과정에서 김혜수의 자료조사와 풍부한 사진 제공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 눈길을 끌기도. 김혜수는 이에 대해 “관심있는 대상이 생기면 그게 사건이든 인물이건 아트건 무조건 자료를 수집하는 버릇이 있다. 그 과정 자체를 재밌어한다”며 “70년대, 50년대, 2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특히 좋아해서 ‘밀수’에 임하기 전부터 그 시기의 자료들을 많이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조춘자의 의상 같은 것들은 디자인은 물론 소재까지 확인하고자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다 결정했다. 진숙과 춘자가 콤비로 맞춰 입은 극 중 의상도 나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며 “조춘자의 파마 가발을 고안해낸 것도 나였다. 70년대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그 헤어스타일이 상당히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이었더라. 생존을 위해 자신을 위장할 수밖에 없는 특히 서울 물을 먹고 그렇게 변한 춘자의 모습을 대변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의 외피를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 특별히 스타일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자신에게는 그렇게 사진자료를 조사해 연출 팀에 공유하는 행위가 작품의 일원으로서 영화에 진입하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김혜수는 “생각나는 대로 많은 사진들을 스태프들, 감독님께 보냈다. 그분들 입장에선 사실 엄청 귀찮았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감사합니다’ 하다가 나중엔 내가 너무 많이 보내니 답이 없으시더라”고 너스레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물론 나중엔 너무 사진을 많이 보내니 내 자신도 민망해져서 미안하다고 전했다”며 “‘밀수’는 시작부터 즐거웠고, 배우로서 맘껏 일할 수 있던 현장이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들, 스태프들 구성원과의 소통에 열려있는 류승완 감독의 에너지 넘치는 현장이 특히나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줬다고도 강조했다. 김혜수는 “사실 작품은 감독이 준비 과정에서부터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그게 투영이 돼 시나리오로 쓰여진 것인데, 감독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견에 열려 계시다”며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배우들에게 결정적인 피드백을 주신다. 현장의 스태프들도 모두가 일당백이었다. 막내 스태프들까지 웬만한 현장의 헤드들처럼 전문적이더라. 체계적이고 준비돼있던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덕분에 안정감을 갖고 역할에만 몰두할 수 있던 고마운 현장”이라며 “무엇보다 모든 배우들이 상대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한 마음으로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던, 이렇게까지 일체감을 가질 수 있구나 싶던 현장”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김혜수, 염정아 주연의 투톱 여성 주연을 맡은 상업 영화로만 알려지길 바라지는 않는다고도 털어놨다. 김혜수는 여성 투톱 주연 상업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느낀 책임감은 없는지 묻는 질문에 “사실 자신에게 배우로서 책임감이라는 건 내가 선택하고 그들이 날 선택해서 합의하에 하기로 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 그 외의 책임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과 체력이 없다”는 의외의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 “여성 투톱 영화라고 소개는 됐지만 저는 영화를 처음 이해할 때도, 어제 완성본을 봤을 때도 이 작품이 그 시대의 인간군상을 나타내는 모든 캐릭터들이 녹아든 앙상블이었다고 생각했다”며 “춘자와 진숙(염정아 분), 두 여자의 우정 이상의 깊은 관계가 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건 맞지만, 여성 투톱 영화로만 단정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힘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말 그대로 캐릭터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밀수’는 26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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