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 위기에 재난까지, 정부 여당 추경 협력해야"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여야 지도부가 수해 현장을 잇따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야당은 수해 피해 지원과 대책 마련 등을 위한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을 정부·여당에 거듭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도심 빗물터널 현장 점검에 나서, 박원순 서울시정과 문재인 정부 시절의 빗물터널 공사 백지화, 물 관리 일원화 정책을 겨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오전 경상북도 안동시 경북도당 사무실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민생경제 위기에 재난 위기까지 겹쳐 국민이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면서 "다시 한번 추경 편성에 정부 여당이 협력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경북에서만 사망자가 무려 21명, 실종이 6명 발생한 사실을 언급하며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조속한 피해 복구와 피해 방지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할 때"라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환영하고 예산 인력이 빠르게 전달되도록 관련 절차를 최소화하길 당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발생한 수해 복구와 특히나 어려운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다시 추경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속한 추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재난 사태에 걸맞은 대응을 정부 여당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
이어 "경제 회복과 재난 대비, 피해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저희가 어제 전북에서도 본 사실이고 오늘도 보게 될 텐데 기존 방식, 수준의 방제 시설로는 재난에 대응을 못한다"고 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훨씬 더 높은 방재시설·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럴 때 대대적인 방재시설 투자, 피해지원을 통해 경제도 민생도 살리고 재난에도 대응하는 삼중 혜택을 누릴 대대적 지원, 국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추경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한 여야정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정부 여당에 재차 촉구하는 한편 민간 피해 복구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부처 간에 피해 지원과 복구 문제를 놓고 조율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들었다"며 "여야정 TF를 구성해서 (집중호우) 피해 복구와 피해 지원,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대통령이 서두르겠다고 하신 만큼 신속하게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 지정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민간 피해에는 거의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재난관리법의 한계가 있다. 공공요금 12종 지원하는 수준의 피해지원으로는 사실상 피해 국민의 일상 회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시 침수, 하천 범람 방지 대책 법안을 비롯한 관련 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법안은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하고 수해를 연결하는 문제 인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말이 안 된다"라면서 "그렇다면 검찰 특수활동비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것도 이권 카르텔 아닌가. 주가 조작도 이권 카르텔, 이런 것을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게 당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전날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이권 카르텔과 재난은 직접 관련이 없다"며 "이권 카르텔이 있다면 그 자체를 정리할 필요가 당연히 있지만, 이권 카르텔 해체를 통해서 거기서 재난 지원 방안을 찾겠다는 것은 아무 연관성 없는 이야기다. 좀 신중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대심도 빗물터널을 방문, 집중호우 피해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김기현 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여당 지도부는 빗물터널의 침수 예방효과를 보고받고 수해 방지 인프라 확보 방안을 점검했다.
신월동 대심도 터널은 국내 최초의 지하 저류시설로, 총 저수용량이 32만 세제곱미터(3억2000만 리터)에 달하며 2020년 8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터널을 둘러보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를 계획한 7곳 중 6곳을 모두 백지화했다"며 "작년 기록적 폭우가 강타했을 때 강남이 물에 잠기고 사당역 주변에 큰 피해가 있었던 데 비해, 신월동 인근의 피해가 적은 것은 빗물 저류시설이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재난 대비는 어느 무엇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 도림천 일대에서 대심도 시설 건설 사업이 올해부터 다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 당시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데 대해 "환경부가 전국 지류·지천 등 물 관리 업무 전반을 담당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폭우 사태를 겪으며 그 의문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불리는 지류·지천 정비 사업과 관련, 그는 "하루빨리 해야 했던 것을 환경 우선론자들의 터무니 없는 논리로 그간 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계속 물 피해가 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다만 야당의 '수해 추경' 요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일관되게 추경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도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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