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서 휠체어 탄 아내 밀어죽인 日80대 실형…"아들에게 폐 될까봐"

김예진 기자 2023. 7. 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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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아내 40년 간호했으나, 상태 악화
아내 시설 입소 결정 후 살해…후회 눈물
고령자의 고령자 간호로 '고립' 문제 지적도
[도쿄=AP/뉴시스]약 40년 간 자신의 아내를 간호해 온 80대 일본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휠체어에 탄 아내를 바다로 밀어 살해한 혐의다. 사진은 지난 5월12일 도쿄 긴자 일대 모습.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2023.07.19.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약 40년 간 자신의 아내를 간호해 온 80대 일본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휠체어에 탄 아내를 바다로 밀어 살해한 혐의다.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요코하마(横浜) 지방법원 오다와라(小田原) 지부는 후지와라 히로시(藤原宏·82) 피고에게 이날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3년(검찰 구형 7년)의 실형 판결을 내렸다.

후지와라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오이소마치(大磯町)의 항구에서 지난해 11월 휠체어를 탄 아내 후지와라 데루코(藤原照子·당시 79)를 바다로 밀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기야마 노부로(木山暢郞) 재판장은 "(아내를) 개호(介護·환자, 요양자에 대한 간호·돌봄)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일방적으로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양상도 악질적이며 전형적인 간병 피로 사안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야마 재판장은 후지와라가 오랜 시간 아내 데루코를 간호한 점을 고려해 형을 내렸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후지와가는 지난해 11월 2일 저녁 장남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거짓말을 해 데루코를 항구로 데리고 나왔다. 이후 벼랑에서 데루코가 탄 휠체어를 바다로 밀어 떨어뜨려버렸다. 데루코는 사망했다.

후지와라의 변호 측은 "피고가 심신이 모두 피폐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등 집행유예 판결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기야마 재판장은 "(데루코는) 시설에서의 생활에 긍정적이었다. 지인과 친족과 교류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신뢰하는 남편이 밀어 떨어진 절망감, 원통함은 다 헤아릴 수 없다"고 짚었다.

데루코는 1982년 뇌경색으로 몸의 왼쪽이 마비돼 자택에서 후지와라의 간호를 계속 받아왔다.

지난해 6월 데루코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혼자 가능했던 휠체어 탑승, 하차도 어려워졌다.

후지와라의 체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법정에서 후지와라는 "지난해 8월부터 '(아내와) 둘이 죽는 편이 아들들에게 있어서 편할까'라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증언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후지와라가 데루코의 목을 몇 초 간 조른 사실도 밝혀졌다.

후지와라는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확인을 위해 목을 졸랐다. 그러나 내 힘으로 목을 졸라도 죽일 수 없다고 알 게 돼 도중에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장남이 부부를 별거시키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으며, 아들들이 비용을 부담해 데루코는 관련 시설에 입소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데루코의 시설 입소 사실이 오히려 후지와라의 살해 결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후지와라는 "시설에 입소하게 되면 비용 등 면에서 아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사건 몇 주 전부터 '둘이서 함께 죽자'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약 40년에 걸쳐 집안일과 함께 데루코의 간호까지 해 온 후지와라는 자신이 완고한 성격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 돌보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 중 후지와라는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후지와라는 데루코가 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아들들에게 금전 면 등에서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데루코와 상담하지 않고 살해해버렸다"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후지와라는 최종의견 진술에서도 "극형이든 뭐든 판결에 따르겠다. 살아있는 한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고 울며 사과했다.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장남은 "어머니는 죽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죄를 갚고 돌아와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에서 고령자의 간호를 고령자가 하는 이른바 '노노개호(老老介護)'를 둘러싼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령자 개호 문제에 정통한 아라이 야스토모(新井康友) 붓쿄대학 준교수는 마이니치에 후지와라의 사건과 관련 남성 간호자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경향이 보인다며 "개호도 일과 마찬가지로 취급해 '전부 스스로 해야한다'거나 '손을 떼면 안 된다' 등 너무 노력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라이 교수는 "행정과 지역이 하나가 돼 고령자가 고립되지 않는 마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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