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태권도 발전 위해 '열공'…IOC 선수위원 도전합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정형근 기자] 아시안게임 3연패(連覇)와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에 빛나는 '한국 태권도 레전드' 이대훈(31)은 요즘 두 가지 꿈을 꾼다.
선수 시절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 꿈을 지도자로서 이뤄내는 것과 8년 임기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되는 것이다. 일단 첫걸음은 순조롭다.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대표팀 코치로 나선 이대훈은 배준서(23, 강화군청)의 남자 58kg급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지난달엔 세계태권도연맹(WT) 선수위원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모았다. 역량 있는 지도자와 스포츠 행정가로 성장하기 위한 작은 주춧돌을 단단히 놓은 셈이다.
"사실 선수 때는 나에게만 신경쓰고 집중해 (기량을 끌어올리면) 됐다. 부족한 부문을 스스로 파악한 뒤 연습하고, 파악 못한 약점은 지도자 선생님 지도를 받으며 발전해 나가면 끝이었는데 지도자가 돼보니 그게 아니더라. 선수 한 명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성향을 지닌 많은 선수를 관리해야 하는 게 많이 힘들었다. 거기에 (현역 시절의) 내가 아닌 '선수를 기준 삼아' 지도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지금은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에서 (선수에게) 접근한다는 마음으로 땀 흘리고 있다."
일각에선 '포스트 이대훈' 발굴을 얘기하지만 이대훈은 고개를 저었다. 독보적인 1인보다 대표팀 전원이 고루 성장해 한국 태권도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육성 틀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피력했다.
"장준과 배준서, 진호준, 권도윤, 박우혁과 박태준 등 재능 있는 선수가 정말 많다. 여자부 역시 이다린, 김잔디, 이하나 등이 건재하다. 서로가 점진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오히려) 독보적인 선수가 나오는 것이지 누구 한 명을 콕 집어 초점을 맞추는 건 좋은 지도법이 아니라 생각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자를 키워내겠다는 목표 외에 이대훈은 행정가의 꿈을 꾼다. 일단 4년 임기의 WT 선수위원 당선으로 교두보는 마련했다. 스포츠 행정가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내가 몸담은 태권도가 어떡하면 올림픽 종목으로 (꾸준히) 존립할 수 있을지, 그리고 태권도가 (스포츠로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게 (선수 시절부터) 조금은 있었다. 지금은 좀더 큰 범위에서 고민을 이어 가고 있다. 요즘 스포츠는 스포츠산업의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 중인 흐름인데 태권도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츠로서 또 스포츠산업으로서 태권도가 발전하고 살아남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행정 분야의 꿈을 키우게 됐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도복을 벗었는데 은퇴 후 조금이라도 태권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WT 등 단체 가리지 않고 폭넓게 이 분야 활동을 살펴봤고 때마침 WT 선수위원이란 기회가 생겨 도전을 결심했다."
현재 한국은 유승민(41) IOC 선수위원 후임자를 찾고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딴 ‘사격 황제’ 진종오(44)가 이미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이고 '배구 여제' 김연경(35)은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부족한 부문은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진종오 선수는 올림픽 커리어가 매우 훌륭하신 분이다. 김연경 선수는 인지도가 굉장히 높으시고. 두 분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강점은 뭘까 고민했는데 결국 태권도라는 종목이 지닌 메리트가 내 강점이 아닐는지 생각했다. 배구와 사격에 비해 조금은 태권도가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돼 있고 또 각국 선수들과 오랫동안 교류해 친분이 깊이 쌓아왔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싶다."
"IOC 선수위원은 혼자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주변 조언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다. 배울 부분은 배우고 보완할 점은 신속히 보완해 유능한 스포츠 행정가가 되고 싶다. 아울러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할 예정이다. '태권도 선수 이대훈'이 왜 선수위원이 돼야 하는지 정확히 그리고 조리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고 (만일 당선이 되면) 간단한 의사소통이나 회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이대훈은 18살인 2010년에 국가대표에 발탁된 태권도 신동이다. 이 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소년등과를 이뤘다. 이후 12년간 한국 태권도 간판으로 '롱런'했다. 십년이 넘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정상의 기량을 유지한 비결이 궁금했다. 돌아온 답은 단순한데 어투가 단단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릴 때부터 성실히 오래해야 한다. '성실한 선수가 돼라'를 선수 생활 초기부터 뇌에 각인시켜 준 지도자 선생님들 몫이 오랜 기간 선수로 뛰는 데 가장 거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난 그 지도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이것밖에 없다."
태권도 선수로서 처음 8각 링(태권도 경기장)에 선 아홉 살 때부터 올림픽 1등을 꿈꾼 이대훈은 꿈이 무산됐을 때 "운동선수로서 커리어가 실패로 끝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아니다. 우승이 아니더라도, 1등이 안 되더라도 "꿈은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나와 태권도를 사랑해 준 많은 분들께 보답도 드릴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게 최종 꿈이다. 현재 이 꿈을 '행정가'의 모습으로 실현하기 위해 한발 한발 떼어가는 중이고. 아울러 주변에 베풀려면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공부하는 체육인 이대훈'의 내일이 궁금해졌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