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부용주 "이 새끼 봐라" …괴롭힘일까, 참교육일까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돌담병원의 ‘낭만닥터’ 부용주는 수술을 마치고 나와 후배 의사한테 말한다. “앞으로 너 내 허락있을 때까지 수술실에 들어오지 마. 살릴 마음도 없고 배울 마음도 없는 놈은 수술실 출입금지야. 어디 그런 정신머리로 칼을 잡겠다는거야. 누구 죽일 일 있어!”, 후배 의사가 꼰대질 하는 것이냐고 반발하자 “이 새끼봐라 이거 (중략) 교육인지 훈육인지 구별도 못하고 나이 많은 것들이 하는 소리는 다 골질에 꼰대질로 제껴버리면서 선생님은 무슨 말라비틀어진 선생님이야!”
이 장면을 두고 ‘선배의 참교육’이다, ‘사이다 발언이다’, ‘내속이 다 후련하다’는 뜨거운 반응이 대부분인 반면, ‘드라마니까 망정이지 현실이었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했을거다’라는 반응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낭만닥터의 발언은 요즘 분위기에서 충분히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될 수 있는 수위의 발언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지 만 4년이 지났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은 그 동안 직장 내에서 적지 않게 있었던 괴롭힘 행위를 법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함으로써 금지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사용자에 대한 조사와 처분 의무 부과를 통하여 직장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회사 내에서 직원들 상호간 신고가 빈발하고, 고용노동부 신고·진정 역시 급증하여 법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4043건으로 하루에 22건꼴이다.
원래 직장에서 남을 괴롭혀도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사용자의 의무과 고용노동부의 감독이 부과되니 파장이 대단하다. 어떤 행위를 개념화하여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이 이렇게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런 와중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직장 상사로부터 싫은 소리 한 마디 들었다고 바로 인사부서에 신고를 하는 경우,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위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무슨 말만 하면 고용노동부로 달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관심 없고 일단 신고를 하고 보는 것이다. 법상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있으면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묻지마 신고에 회사 담당자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업무과중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본인에 대한 징계나 전보 등 인사조치가 예상되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방탄 신고에 해당하는 것인데,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 규정을 악용한 경우이다. 위 규정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말라는 취지이나 일단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되면 원래 예정된 조치를 하는 것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직장 내 괴롭힘이 있으면 징계, 진정, 산재신청, 손해배상, 형사고소 5가지 방향으로 법률 분쟁이 진행될 수 있다. 먼저 회사 내 신고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 다음 회사 내 절차진행을 생략하고 혹은 회사 내 진행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기도 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업무상 질병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고, 산재로 인정되면 거의 대부분 회사 (및 가해자)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뒤따른다. 회사가 상대방이 되는 이유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법 규정상 회사가 가해 직원의 행위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 한 때에는 면책이 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면책이 되는 경우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해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 내에서 자칫 언행의 실수로 본인 뿐만 아니라 회사까지 곤란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경로로 법적 분쟁이 되고 있는데,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인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핵심적인 요건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여부인데, 그 판단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무서워서 후배에 대한 해야 할 말을 못하고 참을 필요는 없다. 상사의 참교육, 정당한 질책은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다. 최근 정당한 질책을 하는 과정에 언성을 높이거나 다소 부적절한 표현을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법원의 판결례가 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9. 선고 2021나42155 판결 등). ‘의도성’을 중요하게 보려는 취지로 이해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면 문제되지 않을 참교육의 방향, 정확히 말하면 직장 내 괴롭힘을 피하기 위한 참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3가지 정도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 상황에서 문제된 결과만 놓고 얘기한다. 발생한 결과에 대한 피드백까지 하고 과거에 있었던 유사 실수를 언급하거나 대상자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언급하는 것은 삼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욕설,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욕설을 섞는 것이 친근감이나 신뢰감의 표현인 시절도 있었으나 이젠 아니다. 셋째, 질책의 근거를 제시한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근거 없는 질책은 참교육이 아니고 짜증은 내거나 화풀이를 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고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수긍하기 어렵다.
낭만닥터 부용주의 발언은 어떨까. 현 상황에서의 문제와 잘못된 태도에 대하여 얘기하고, 질책의 근거를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점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나 후배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참교육이라는 결론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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