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산림] 전세계 75% 사막화 진행...미세먼지로 되돌아온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어느 곳에서나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사막은 없다. 해변가의 모래사장 말고는 모래언덕을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인지 사막을 떠올리면 아프리카와 같은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더 이상 사막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나라의 일이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사막화(沙漠化)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막화는 기존에 있던 사막의 면적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4대 사지(沙地 모래땅)인 후룬베이얼과 커얼친은 과거에 풀이 무성한 초원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개간(일굼)과 방목,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자연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서 푸르던 초원이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2018년 유럽 위원회 공동연구센터가 발표한 세계 사막화 지도에 따르면 지구 육지 면적의 75%에서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90% 이상이 황폐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아시아의 사막화 비율은 37%로 32%인 아프리카보다 높았는데 우리나라와 인접한 몽골은 국토의 90%에서 사막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중국도 이미 국토의 27% 이상이 사막화되었다.
사막화는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 먼지인 황사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서쪽에서 불어오는 황사 바람으로 국민 건강을 포함해 사회‧경제 부문에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가 확산될수록 우리나라의 황사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사막화는 한 국가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전세가 힘을 합쳐 해결해 나아가야 할 국제적인 문제이다.
유엔(UN)은 가속화하고 있는 사막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1994년 6월 17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채택된 날을 기념하며 매년 6월 17일을 ‘세계 사막화 및 가뭄 방지의 날’로 지정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간 대규모 가뭄으로 1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목숨을 잃었고 수천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으며 지난 40년간 가뭄과 사막화로 인해 매년 약 1200만 ha의 토지가 손실되었다고 보고했다.
사막화는 직‧간접적으로 식생을 파괴하고 토양 침식, 모래 퇴적, 토지 황폐화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식량 생산 기반을 파괴하여 인간사회에 큰 피해를 초래한다. 사막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자연적 요인은 13%로 인위적 요인이 87%를 차지한다. 사막화의 인위적인 요인인 과도한 방목, 경작, 산림 벌채는 토양의 질적 저하를 일으킨다.
사람들은 식량과 일자리를 얻기 위해 풀과 나무가 자라는 지역으로 계속해서 이동하고 경작과 방목 벌채를 반복하며 악순환이 계속된다. 여기에 급속한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소비도 높아져 경작지 개간이 가속화되고 사막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빠르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는 사막화 피해지에 나무를 심어 생태계를 복원해 강한 바람을 막고 모래가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나무를 심는 것은 토지 황폐화를 막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주변 산림 등 자연생태계가 회복 안정화되면서 생물다양성을 증진해주기 때문에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국제협약 다자간·양자간 협상 등 국제협력을 통하여 황사발원지 주변과 사막화 피해지에 나무를 심어 황폐한 토지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한다면 황사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황사 저감과 사막화 방지를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 조림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사막화 지역이 집중된 중국 서부 5개 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약 28배인 8000 ha를 조림했다.
감숙성 백은시와 귀주성 수문현의 조림 활착률은 90% 이상이었으며 내몽골 통료 지역과 신강자치구 투루판의 조림 활착률도 80% 이상이었다. 귀주성 수문현의 경우 조림한 두충나무를 약용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주민들의 직접적인 경제적 수입원이 되고 있다. 내몽골 통료 조림지는 조림지 내 토지를 지역주민들이 경영하면서 경제적 수익을 얻었고 나무가 죽을 경우 조림을 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직접 조림지를 관리하면서 생활 환경 개선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몽골에서는 고비사막에 위치한 달란자드가드와 울란바타르 서쪽 룬솜 지역에 2007년부터 2016년까지 3000ha의 숲 조성을 목표로 조림 사업을 실시했다. 2008년 룬솜 지역의 조림지 분석 결과 조림 초기 36%에 불과했던 식생 피복 면적이 2016년에는 48%까지 상승했다. 이런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은 황사 저감과 사막화 지역에 대한 성공적인 조림으로 녹색 한류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사막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많이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은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의 성패를 사업 완료 당시의 상황으로만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국가 자료를 검색해보면 산림복원이나 사막화 방지에 관한 우수 사례만 소개하고 있다. 이런 우수 사례도 중요하지만 실패 사례도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
같은 산림복원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현지의 자연환경과 문화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환경 조건에서 어떤 기술을 적용하여 성공 또는 실패했는지를 함께 분석하고 자료를 축적한다면 기술 개발은 물론 사막화 방지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중력이산(衆力移山),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을 정도의 큰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관심이 모인다면 사막화 지역에 새로운 산을 만들어내는 힘이 생길 것이다.
[박기형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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