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시켜줄게"…353억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 검거

수도권 153세대 보증금 353억 편취 혐의
부천·구로지사 만들어 범단 조직…강서·양천 등 집중
바지명의자 파산 '만세' 모의 정황

[파이낸셜뉴스] "빌라 300개 찍고 만세 부르면 돼? 그럼 얼마 생기는데"(바지명의자)
"엉 내가 요즘 임사자(임대사업자)써서 하는거있어, 빌라왕 시켜줄께"(공인중개사)
"만세말고 없는겨?"(바지명의자)
"너파산...(중략)...어차피 파산할꺼라 1000개 뜨고 너 장렬히 전사하면 됨"(공인중개사)
"만세는 언제 부르냐?"(바지명의자)

전세보증금을 받아 매매대금을 치른 뒤 만기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이다. 대화에서 '만세'는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음을 공식화하고 파산(개인회생) 절차 진행을 의미한다. '만세'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처음부터 보증금을 내줄 의사가 없었음이 확인됐다. 이들의 수법은 경찰에 검거되면서 드러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사기 등 형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인중개사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공인중개사 A(38) 등 범죄집단 7명과 범행을 도운 중개보조원 2명 등 총 9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동시진행이라는 매매 수법을 이용해 서울, 경기, 인천 지역 세입자 153세대의 전세보증금 약 353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동시진행은 전셋값을 부풀려 매맷값과 똑같이 맞춘 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의 매매대금을 치르는 매매기법(무자본 갭투자)이다.

피해 지역은 서울 강서 24건, 양천 20건, 구로 4건, 금천 2건, 동작·중랑 각각 1건 등 서울 52건을 비롯해 인천 65건, 경기 36건 등이다.

총책인 A씨는 지난 2021년 4월 경기 부천, 같은 해 8월 서울 구로에 '부천지사', '구로지사' 등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열고 범죄집단을 조직했다. 공범으로 분양대행업자 B, 팀장급 중개보조원 3명, 바지명의자 2명 등 6명도 포섭했다. 총책을 포함한 조직원들은 모두 30대 남성이다.

이들은 바지명의자를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투자자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임대사업자로 포장했다. 이를 믿고 계약을 체결한 피해자의 보증금으로 건축주(임대인)에게 매매대금을 치러 소유권을 이전했다. 특히 이들이 전세계약 만료 전에 바지명의자를 파산시키려고 계획한 정황이 SNS 대화를 통해 확인됐다.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이들은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전세보증금을 시세보다 올려받았다. 아울러 국가 기금으로 운영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임대보증보험을 발급받아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넘겼다.

경찰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세사기 물건으로 확인된 부동산 153세대(약 353여원 상당)에 대한 몰수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등이 선심성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