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경사’ 기준 제각각… 가파른 농장, 피해 키웠다

전수한 기자 2023. 7. 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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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의 가파른 산길을 따라가다 보니 물탱크와 산장이 딸린 A 농장이 나왔다.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의 산림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 농장의 경사도는 산지관리법 기준(평균 경사도 25도 이하)을 초과하는 최대 35도로 확인됐다.

경북 지역의 집중 호우로 19일 기준 예천군에서만 17명(사망 12명·실종 5명)의 인명피해를 입은 가운데 경북 지역 곳곳의 '기울어진 농장'들이 산사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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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법상 농지 25도 이하인데
산사태 덮친 예천선 30도 허용
효자면의 경우 농지 80%가 ‘산’
경북 예천군 효자면에 위치한 A 농장. 국도 옆 비탈길을 따라 1000㎡ 넓이의 블루베리 농장이 300m 고도에서 떨어지듯 펼쳐져 있다.

예천=글·사진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지난 18일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의 가파른 산길을 따라가다 보니 물탱크와 산장이 딸린 A 농장이 나왔다. 가만히 서 있기조차 어려운 경사지만 1000㎡ 땅에서 사과·블루베리 등이 자라고 있었다.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의 산림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 농장의 경사도는 산지관리법 기준(평균 경사도 25도 이하)을 초과하는 최대 35도로 확인됐다.

경북 지역의 집중 호우로 19일 기준 예천군에서만 17명(사망 12명·실종 5명)의 인명피해를 입은 가운데 경북 지역 곳곳의 ‘기울어진 농장’들이 산사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지 개발에 대한 지역별 허가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관리 대상에 빠진 개간지도 많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관리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 중턱에 나무를 깎아내고 들어찬 농장은 지반을 약하게 해 산사태 피해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흙을 단단히 잡아주던 엉킨 나무뿌리들이 사라지면서 토양이 물에 쉽게 휩쓸리기 때문인데, 경사도가 높을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산지관리법에 따라 산지를 농지 등으로 전용(용도변경)하기 위해선 평균 경사도가 25도 이하여야 한다. 지반 약화 가능성·토지 생산성 등을 고려해 가파른 정도에 상한선을 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초과한 기울어진 농장들이 경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효자면의 경우 전체 토지면적의 78%(5315㎢)가 임야인 ‘산골’이다. 이곳 주민들은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관련 법이 없던 50∼60년 전부터 대를 이어가며 농사짓던 땅이다 보니 경사도를 고려하지 않고 개간된 채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하는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지역 사정에 밝은 군청 직원은 “효자면 농지 중 80% 정도가 산”이라며 “서류상으론 보이지 않는 가파른 경사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A 농장도 1979년에 지어져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농지다.

산지의 개발 허가 조건도 경북 지역은 너그럽다는 지적이다. 용인시 수지구는 경사도 17.5도 이하 산지에만 개발 허가를 내주는 데 경북 봉화군은 25도, 예천군은 30도다. 통상 개발 후에 농지로 전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기상이변급 폭우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 발맞춰, 산에 위치한 농지들의 실황을 파악하고 개발 기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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