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3에서 4대6…‘도쿄돔 충격’ 곽빈, ‘훈련법’을 바꿨다
실패가 실패의 기억으로만 끝난다면 말 그대로 실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훗날의 영광을 위한 또 다른 재료가 된다면 그 역시 ‘발판’이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3월 한국야구는 일본 도쿄돔에서 실패의 쓴맛을 봤다. 페이스 조절 실패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대표팀이 받아든 결과는 구성원 누구에게나 똑같았다. 그러나 지난 3월 도쿄에서의 기억이 모두에게 똑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산 우완 곽빈(24)은 무엇보다 일본 대표팀 투수들의 경기력에 충격받았다. 대부분이 150㎞대 초중반대 패스트볼은 가볍게 던졌다. 투수들이 딜리버리 동작에 힘을 쓰는 표정과 실제 볼 끝이 굉장히 달랐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내며 두산이 팀훈련을 한 지난 18일 잠실야구장. 훈련 중 잠시 쉬는 시간에 곽빈은 올시즌 변화를 얘기하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몇 번이고 했다. 우선 과제였던 제구부터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에도 손사래부터 치며 “전,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빈이 먼저 분명히 밝힐 수 있는 변화 한 가지는 있었다. ‘훈련 방법’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웨이트트레이닝에서의 상하체 비중이다.
곽빈은 “사실 일본 가서 많이 놀랐다. 일본 투수들 보면 시각적으로는 정말 살살 던지는 것 같은데 다들 155㎞ 공을 던졌다. 그걸 보면서 대표팀 형들과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한결같이 하체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곽빈은 또 “형들 중에서는 고영표(KT) 형이 정말 하체를 잘 쓰고 제구도 좋으셔서 그런 얘기를 많이 물었다. 양현종(KIA) 형한테도 물었는데, ‘답은 하체에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곽빈은 그래서 올 시즌 웨이트 트레이닝 비중을 바꿨다. “그 전에는 웨이트를 하자면 상하체 7대3의 비중으로 했다면, 이제는 하체 6, 상체 4의 비중으로 바꿔하고 있다. 하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곽빈은 ‘스쿼트’와 ‘런지’ 같은, 일상으로 하는 하체 훈련 프로그램도 대략적으로 소개했다.
이같은 변화가 자연스런 피칭 밸런스의 진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모른다. 일본 투수들처럼 하체를 써서 볼을 던지다 보면 제구의 편차가 줄고 볼 끝에도 힘이 붙는다는 게 정설이다.
곽빈은 이미 결과로 변화를 입증하고 있다. 올시즌 전반기 12경기에 등판해 8승2패 평균자책 2.08을 기록했다. 지난해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7에서 올해 1.11로 끌어내리는 등 에이스로 불러도 손색없는 지표를 만들어가고 있다.
곽빈의 달라진 하체가 두산이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달리는 ‘바퀴’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가을야구는 곽빈의 꿈이기도 하다. 곽빈은 “가을야구 분위기를 빨리 다시 느끼고 싶다. 다만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정규시즌 후반기를 잘해야 한다”며 “내 생각으로 지금 우리 팀 위치(3위)보다 더 놓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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