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철녀 데브루너, 휠체어 레이싱 최강자로 떴다

성진혁 기자 2023. 7. 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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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Para) 세계선수권 금 4, 은 1개로 최다관왕
작년 가을엔 1주일 사이 베를린,런던 마라톤 우승도
스위스의 캐서린 데브루너가 2023 파리 장애인 육상 세계선수권에서 딴 메달 5개(금 4, 은 1개)를 걸고 포즈를 취한 모습. /데브루너 인스타그램-스위스 패럴림픽 위원회
스위스의 캐서린 데브루너는 단거리부터 마라톤까지 휠체어 레이싱 세계최정상급 선수로 떠올랐다. /데브루너 인스타그램
데브루너는 지난 5월 라우레우스 월드 스포츠 어워드 시상식에서 '올해의 장애인 스포츠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신화 연합뉴스

스위스의 캐서린 데브루너(28)가 휠체어 레이스의 새로운 철녀(鐵女)로 떠올랐다.

데브루너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2023 파라(Para) 육상 세계선수권 최다관왕을 차지했다. 여자부 5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4개(400m·800m·1500m·5000m)와 은메달 1개(100m)를 땄다. 2021년 열렸던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선 금메달과 동메달 1개씩을 걸었는데, 2년 만에 단거리부터 중·장거리까지 최정상급 경쟁력을 갖춘 전천후 선수로 거듭났다.

장애인 육상은 장애 유형과 신체 상태에 따라 세분화된다. 트랙 종목의 경우 시각장애, 운동조정장애(뇌병변 등), 절단장애, 척수장애 부문 등으로 나뉜다. 데브루너는 선천성 척수 장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해 휠체어로 경기하는 T(트랙)53 등급으로 분류된다. 복부와 하체 운동 기능은 T54 등급보다 떨어진다.

데브루너는 T53보다 장애가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인정받는 T54 등급의 선수들을 앞선다는 점이 돋보인다. T53-T54 등급이 따로 경기를 한 400m(50초16)와 800m(1분38초89)는 물론이고, T53-T54 등급이 통합 레이스를 펼친 1500m(3분22초02)와 5000m(11분07초22)에서도 가장 빨랐다. 200m는 2019 두바이 대회 이후 T53-T54 등급 경기가 치러지지 않고 있다.

휠체어 레이싱의 매력은 중·장거리로 갈수록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들을 스피드로 압도한다는 것이다. 세계기록을 비교해 보면 남·녀 100m부터 400m까지는 ‘생체 다리’로 뛰는 선수들이 앞선다. 휠체어로는 초반에 속도를 붙이기가 어렵지만, 400m 트랙을 두 바퀴 돌기 전에 역전한다. 도로 경기인 마라톤(42.195km)의 경우 스위스의 마르셀 후그가 보유한 휠체어 부문 남자 세계최고기록(1시간17분47초)은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작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웠던 현 세계최고기록(2시간01분09초)보다 43분 이상 빠르다.

데브루너는 2022 베를린 마라톤(9월25일·현지시각) 휠체어 부문 1위(1시간36분47초)를 하더니, 일주일 뒤인 10월2일 2022 런던 마라톤에서도 우승(1시간38분24초)했다. 이같은 놀라운 성과를 바탕으로 데브루너는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라우레우스(Laureus) 월드 스포츠 어워드 행사때 ‘올해의 장애인 스포츠 선수’로 뽑혔다. ‘올해의 남자 스포츠 선수’는 작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리오넬 메시가 수상했다. 2000년 제정된 이 상은 ‘스포츠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할 만큼 권위를 지닌다.

데브루너는 초등학교 교사(시간제)와 선수 생활을 병행하다 작년에 ‘전업 프로선수’로 완전히 전향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데브루너는 2016 리우 패럴림픽 400m 7위(T53등급)를 한 이후 약 2년여간 국제대회에 나서지 않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학업에 힘썼다. 2019 파라 세계선수권에서 첫 메이저 대회 금메달(400m)을 따더니,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400m)과 동메달(800m)을 차지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2023 파라 세계선수권을 4관왕으로 마친 데브루너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성공적인 선수라고 말할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 헤드코치, 체력코치, 멘탈 코치, 치료사 등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데브루너(금 4·은 1), 마르셀 후그(금 3), 마누엘라 쉐어(금 2·은 2개) 등 트랙 종목의 스타들을 앞세워 종합 6위(금 9·은 5개)를 했다. 중국이 종합 우승(금 16·은 16·동 13개)을 했다. 2015 도하 대회부터 4연속 종합 우승이다. 브라질(금 14·은 13·동 20개)과 미국(금 10·은 14·동 15개)이 뒤를 이었다. 내년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103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1개 이상을 딴 나라는 62국이었다.

한국은 전민재(46), 유병훈(51) 등 남녀 선수 8명을 내보냈으나 노메달에 그쳤다. 2019 두바이 대회 때의 동메달 1개(유병훈·남자 800m T53)보다 부진했다. 한국은 2013 리옹 파라 세계선수권에서 전민재(여자 200m·T36·뇌병변), 김규대(남자 800m·T54)가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세계선수권과 패럴림픽에서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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