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다는 말로는 다 모자란, 한소희
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한소희는 신비롭다. 마땅한 수식어를 찾고자 나름의 고심을 거듭했는데, 무한과도 같던 고민의 시간이 뱉어낸 단어가 고작 '신비롭다'인 사실에 (나에 대한) 실망과 (한소희 배우에 대한) 미안함을 감출 길이 없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유한한 단어로는 쉬이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영역을 무한하게 품고 있는 배우가, 그러니깐 지금의 한소희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이, 자신의 데뷔 첫 정식 솔로곡이기도 한 '세븐'(Seven)의 뮤직비디오의 상대역으로 한소희를 '픽'한 일은 단순히 우연 같은 것이 아닌, 고심에 고심이 반영된 선택이라 짐작된다. 월화수목금토일로 이어지는 정국의 달콤한 세레나데를 투닥거리며 밀어낼 수 있는 상황을, 어느 배우가 이토록 설득력 있게 소화할 수 있을까. 더욱이 노래와 멜로디에 겹겹이 묻혀, 명확한 대사도, 서사의 뚜렷한 인과도 생략된 상황이다. '세븐' 뮤직비디오에서 한소희에게 허용된 것은 클로즈업된 표정과 손끝에서 전신으로 번져나가는 몸짓의 언어뿐이다.
가끔 어떤 뮤직비디오는 해당 아티스트를 부각시키는 형식을 취하며 '팬 서비스'에 급급한 형식적 영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세븐'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 같은'이라는 홍보성 수식어가,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은, 열연을 펼친 정국과 더불어 한소희의 존재감이 만들어 낸 완성도 탓이다. 정국은 이와 관련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거나 "좀 의지했다" 등의 표현으로 상대역을 맡았던 한소희 배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건물 전체가 통째로 흔들리고 코인 세탁소는 물에 잠긴다. 휘몰아치는 폭풍우에 날아가거나, 고공 리프트를 타는 절박한 상황에서 끈질기고 능청스럽게 사랑을 속삭이는 정국의 맞은편에는 언제나 한소희가 존재한다. 연인의 격동하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독특한 화면은 해리 스타일스, 카디비 등과 작업한 브래들리 & 파블로(Bradley Bell and Pablo Jones-Soler) 감독의 작품. 그리고, 3분 46초의 영화(같은 뮤직비디오) 주인공은 정국과 한소희다.
한소희의 데뷔는 약 6년 9개월 전 그룹 샤이니의 'Tell Me What To Do' 뮤직비디오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친절하게 안내한 해당 영상에는 5인의 샤이니 멤버와 함께 강렬한 비주얼의 한소희가 있다. 그때도 지금처럼, 짙은 존재감을 잔상으로 가득 남긴다.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의 이서원 역으로 배우 첫발을 내딛고, '돈꽃', '백일의 낭군님', '어비스'를 거쳐 '부부의 세계'를 만나 대중의 관심 중심부로 직진했다. 한소희가 '나만 아는 배우'에서 '모두가 아는 배우'로 거듭났던 순간이다.
'부부의 세계'의 기록적 흥행과 한소희가 소화한 '여다경'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낸 치명적 시너지는, 그저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 드라마 '알고있지만,'으로 송강, '사운드트랙#1'의 박형식과 색색의 로맨스를 생성해냈고, '마이 네임'을 통해 액션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글로벌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발탁되고, 세계를 오가며 곳곳에서 화보를 남기지만 휘발되거나 고정적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다.
그런 한소희의 진짜 매력은, 담백한 블로그에 숨겨져있다. 현장을 벗어나 혼자가 된 듯한 시점과 상황에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툭툭 안부를 묻고, 자신의 무탈함을 전하는 이곳을 방문하면 한소희의 인간미를 느긋하게 만끽할 수 있다. 모두의 스타가 되기 전부터 드문드문 기록한 텍스트를 흡수하고 있으면, 지금의 한소희가 왜 그토록 단단히 여물었는지, 왠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두서없는 글과 사진에 무심하게 묻어나는 투명한 진심, 그것을 보면 괜스레 다음의 한소희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참고로 한소희의 다음은, 오는 12월께 공개가 예정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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