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폭우·폭염 난리인데…기후회의 의장은 석유회사 사장님?
[앵커]
절절 끓는 유럽과는 반대로 요즘 우리나라는 비가 무섭게 쏟아져서 피해가 크죠.
어제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많이 내렸는데요.
점점 심해지는 이상 기후 때문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 사고는 외국언론들도 많이 조명했다고요?
[기자]
뉴욕타임스, 블룸버그통신 같은 주요 외신들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속속 보도했습니다.
"한국은 여름마다 폭풍과 폭우로 고통받고 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피해가 심하다"고 짚고 있는데요.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로 인해 동아시아 전역에서 폭우가 더 많이 더 세게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에도 최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며 20명 넘는 사상자가 나왔고, 이달 초에는 중국 남서부에 쏟아진 비로 최소 15명이 숨졌습니다.
[앵커]
사실 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죠.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잖아요?
[기자]
동아시아 정 반대편, 미국도 최근 폭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제 북동부의 펜실베이니아주에 쏟아진 집중 호우로 최소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40분 정도 짧은 시간에 비가 150~180mm나 쏟아진 거로 추정됩니다.
[펜실베이니아주 주민 : "이렇게 한꺼번에 비가 오는 건 처음 봤어요. 이 지역은 물길이 많아서 여기 사는 사람들은 홍수에 익숙한데도요."]
이렇게 폭우 피해가 커지는 한편에선 폭염도 갈수록 극성이죠.
특히 유럽 대륙이 매년 더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요.
이탈리아는 최근 로마 등 16개 도시에 '열파' 적색경보를 발휘했는데요.
더위 관련 최고 단계 경보로 노약자는 물론 성인까지 무더위에 위협을 받을 수 있을 때 발령됩니다.
[이탈리아 주민 : "이건 정상이 아니에요. 이 시기에 이렇게 심하게 더웠던 적이 없어요."]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지난 14일 한낮 기온이 41도까지 오르면서, 휴가철 관광객 건강을 우려해 낮 시간에는 일부 관광지를 폐쇄했습니다.
[앵커]
한쪽은 비가 쏟아져서 다른 쪽은 폭염으로 난리인건데, 이게 서로 연관이 있다면서요?
[기자]
폭우가 잦아진 이유는 역설적으로 폭염이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날이 더울수록 땅이 더 빠르게 마르고, 그만큼 많은 수분이 대기 중으로 올라가 큰비나 눈으로 내리는 거죠.
나라마다 이상기후 모습은 달라도 해결은 함께해야 하는 이유일 텐데요.
매일 전략 경쟁하는 두 나라, 미국과 중국도 기후 위기 앞에서는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으로 가 셰전화 중국 기후 특사와 만났는데요.
11월로 다가온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8에 앞서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존 케리/미국 기후특사 : "미국과 중국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두 곳입니다. 우리가 함께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앵커]
선진국들 주도로 기후변화협약 회의가 해마다 열리고 있기는 한데, 실질적인 성과는 별로 없어 보여요.
[기자]
매년 기후 위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선언이 나오지만, 허울뿐인 말에 그치고 있죠.
지난해 회의에선 기후 위기 피해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손실 및 피해 기금'이란 게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누가, 어떻게, 얼마나 기금에 돈을 낼 것인지 아직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
온실가스 주범이자 경제 대국 반열에 오른 중국이 기금에 참여할지 여부도 아직 미지수입니다.
심지어 중국은 최근 코로나 봉쇄를 풀고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면서 화력발전소를 더 세우기로 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이미 생존 위기가 돼버린 파키스탄이나 카리브해,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주요 국가들이 경제 발전의 대가로 뿜어낸 온실가스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케리 미국 기후 특사는 최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개도국에 기후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난해 파키스탄에 심한 홍수가 나서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요구인데요.
올해 COP는 좀 더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하면 좋겠는데, 시작도 전에 비판이 나온다면서요?
[기자]
올해 COP28은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데, 정유회사 사장이 회의 의장으로 선출돼 벌써부터 논란입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공사 사장인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인데요.
자국 내에선 에너지 분야 전문가라서 의장 적임자라는 게 아랍에미리트의 해명인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알 자베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화학연료를 줄여가는 건 불가피하지만, 재생 에너지가 충분할 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영국 BBC는 "아랍에미리트가 지금부터 올해 COP의 디딤돌을 장악했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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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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